총리실 산하 검증위가 정부가 결정했던 김해신공항으로는 힘들다고 방향을 선회한 데에는 정치권의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 민주당은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해신공항 대신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을 띄웠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4일 부산을 찾아 “희망 고문을 빨리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가덕도 신공항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다음 날인 5일 부산을 찾아 “가덕 신공항으로 결정되면 적극 돕겠다”고 했다. 여기에 청와대의 의중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가 김해신공항 대신 가덕도는 어떠냐는 의견을 비공식적으로 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청와대와 여야 모두 김해신공항 백지화 쪽으로 의견이 모이자 정치권은 국토교통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국토부는 그동안 김해신공항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예산에서 정치권이 주장하는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검토 용역비 20억원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김해 신공항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특정 지역을 정하고 적정성을 검토하는 것은 따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자 여야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토부 2차관 빨리 들어오라고 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자 법제처는 ‘김해 신공항 확장을 위해 주변 산을 깎는 문제는 해당 지자체(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해신공항 대신 가덕도로 가는 길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2016년 ‘동남권 신공항’으로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김해신공항’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냈다. 프랑스 전문기업이 한 타당성 조사에서 가덕도는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바다를 메워 공항을 만들어야 하는 등 비용도 김해신공항보다 10조원가량 더 들어갈 것으로 평가됐다. 그런데도 민주당의 부산 친문 의원들은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청와대와 총리실까지 이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정치권에선 “정치적 이유 때문에 효율성도 떨어지고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가덕도 신공항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