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당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은 명품 신발을 신고, 어마어마한 양의 돈을 들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손자가 핀란드 방송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16일(현지 시각) 뉴요커는 김한솔을 마카오에서 구출하고 지난해 스페인 북한 대사관을 습격한 것으로 알려진 반북(反北) 단체 ‘자유 조선(Free Joseon)’의 수장 에이드리언 홍 창(36·한국이름 홍으뜸) 인터뷰를 실었다. 대리인이 아닌 에이드리언 홍 창의 육성(肉聲)이 언론에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이드리언 홍 창은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암살당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마카오에서 탈출시키는데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김한솔과는 2013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에이드리언 홍 창은 김한솔이 명품 구찌 신발을 신고 있었다며 “이렇게 돈이 많은 아이는 처음 봤다. 김정남이 일평생 얼마나 많은 현금을 숨겨둔 것일까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홍씨와 그를 도왔던 미 해병대 출신 크리스 안에 따르면, 김한솔은 부친의 암살 직후 홍씨에게 전화를 걸어 “나를 지키는 경찰이 사라졌는데 최대한 빨리 마카오를 빠져나가야 한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네덜란드 망명을 위한 비행기에 오르기 전 대만 타이페이에서 김한솔과 접선했던 안씨는 ‘김한솔의 키는 5피트 10인치(약 178cm) 가량이었고 할아버지(김정일)와 낚시하러 가는 이야기를 했는데 친밀하게 들렸다’고 했다. 함께 있던 모친은 예쁜 중년 여성이었고, 청바지를 입고 있던 여동생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미국의 10대 청소년을 떠올리게 했다고 안씨는 기억했다.

하지만 김한솔은 끝내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했고, 공항 내 호텔로 끌려간 뒤 잠적했다. 현재 제3국에 망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 중앙정보국(CIA)이 그의 신변을 챙기고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홍씨는 “김한솔을 잃은 것은 큰 실수였다”고 했다.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반북(反北)단체 ‘자유조선’의 리더격인 에이드리언 홍 창. /조선일보DB

에이드리언 홍 창은 북한 정권에 대해 “이런 정권은 천천히 무너지지 않고 갑자기(instantly) 무너진다”며 “대개 모든 혁명이 이런식으로 이루어지고 북한도 같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은 충분한 돈을 주면 개방하는 다른 나라와는 다르기 때문에 변화하도록 강요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목표가 “김정은 정권을 폐지시키는 것”이라며 “봉기(uprising)와 혁명(revolution) 밖에는 답이 없다”고 했다. 이어 “(북한 인민들이) 자기 의지를 갖고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때까지 힘과 아이디어로 밀어붙일 것”이라고 했다.

미 사법당국은 스페인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홍씨의 주거지를 수색했고, 지명 수배를 내린 상태다. 홍씨는 “CIA나 연방수사국(FBI)과 협업하거나 이들로부터 활동의 대가로 돈을 받은 적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보호나 펀딩을 받지 않고, 국가의 특혜를 누리지 않으면서 국가처럼 일하는게 힘들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