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부산시 국정감사에 앞서 부산시 공무원노조가 가덕도 신공항 유치 관련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을 백지화하고 가덕도 동남권 신공항을 재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다른 지역도 들썩이고 있다. 국비(國費) 수조원이 들어가는 대형 국책 사업 계획이 선거를 앞두고 다시 뒤집히자 다른 지역에서도 군(軍) 공항 이전과 민간 공항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거를 의식한 정부·여당의 선심 정책이 지역 갈등과 포퓰리즘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6일 기준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거나 추진 요구가 제기된 곳은 부산·경남 지역의 동남권 신공항을 비롯해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제주 제2공항, 새만금 신공항, 울릉도·백령도·흑산도 신공항, 경기 남부 신공항 등 여덟 곳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정부 때 김해공항 확장 쪽으로 결론이 나면서 백지화됐던 가덕도 신공항 계획이 다시 살아나자 다른 지역에서도 공항 건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 때 대구·경북 지역은 가덕도 신공항에 강력 반발했다. 그러나 여권에선 “이번에는 대구·경북 지역을 설득할 여지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존 대구 공군기지를 이전해 경북 군위·의성에 통합신공항을 짓기로 한 만큼, 대구·경북 지역이 동남권 신공항에 반대할 이유가 별로 없지 않으냐”고 했다.

국내·국제공항 15곳 현황

실제로 정부·여당이 대구·경북 지역에 신공항을 추진해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이 지역의 반발 여론을 무마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나아가 후년 대선을 의식한 여권의 ‘꼼수’인 셈”이라고 했다. 지난해 2월 설 연휴 때 행정안전부가 동남권 신공항 입지 변경과 관련한 영남 지역 민심 동향을 파악한 사실도 확인됐다. 하지만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경북은 가덕도 신공항에 합의해준 적이 없다”고 반발해 영남권이 다시 둘로 대립할 가능성도 있다.

비(非)영남 지역도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 지역 일부 의원은 수원 군 공항의 화성 이전과 경기 남부권 거점 공항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화성 주민들이 군 공항 이전에 반대하자, 수원이 지역구인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화성에 ‘민·군(民軍) 통합 국제공항’을 지어 주민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며 사업 확대 카드를 들고나왔다. 광주 지역에선 광주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의 무안 공항으로의 이전·통합을 주장해왔다. 환경 파괴와 경제성 등의 문제로 착공 결정이 지연되고 있는 전남 흑산도 신공항 건설을 요구하는 지역 주민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지역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진 제주 제2공항 문제도 커질 수 있다.

신공항 건설은 역대 정부 때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불을 붙였다. 그 결과,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일부 지역에도 공항이 들어섰다. 현재 우리나라엔 국제공항 8곳과 국내선 전용 공항 7곳 등 15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대구·김포·김해·제주·인천을 제외한 공항 10곳이 적자(赤字)에 시달리고 있다.

양양 공항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7년 “중국·일본 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다”며 착공해 2002년 개항했다. 하지만 작년 이용객은 5만4283명에 불과했다. 김대중 정부 때 추진한 무안 국제공항은 이용객이 적어 텅 빈 활주로에 주민들이 수확한 고추를 말리는 장면으로 화제가 됐다. 울진 공항은 2010년 문을 닫고 현재 비행훈련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도 경제성 논란이 일었던 전북 새만금 신공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채택해 작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고 사업 추진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