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국민의힘 부산지역 의원들이 20일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내놨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견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부산 의원들이 선제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부산 지역 국회의원 15명 전원은 이날 ‘부산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발의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부산시당 위원장은 “800만 부산·울산·경남 주민들의 염원인 가덕도신공항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건설을 위해, 국민의힘 부산시당 당론으로 부산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발의한다”며 “더 이상 부울경 시민들에게 희망고문 시키지 말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가덕도신공항을 공식화하고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면제하는 특별법 발의를 준비 중인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여당보다 먼저 특별법을 내놓은 것이다.
이 법안에는 가덕도신공항 추진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들이 담겼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실시설계가 완성되기 전에 초기 건설 공사에 착수할 수 있는 내용 등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대구·경북 의원들이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반발하고 있고, 부산 지역 의원들은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찬성하며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의원들이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내놓자 당 지도부는 난색을 표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와 논의도 없이 국민의힘 부산 지역구 의원들이 가덕도 특별법을 낸 것에 대해 (지도부가 회의에서) 강하게 질책했다”고 했다. 이어 “정권과 민주당이 부산시장 선거를 위해 나라를 생각하지 않고 던진 이슈에 우리가 말려들어선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환영 입장을 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당론으로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발의한 특별법 내용을 잘 참고해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당내 의사 결정 구조가 없냐” “지도부가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당내 이견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고, 여당의 선거용 이슈에 휩쓸려 이도저도 못 하는 총체적 난국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