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나이지리아 출신 후보가 활발하게 메시지를 내며 사실상의 당선인 행세를 하고 있다. 경쟁국 수장인 문재인 대통령에게까지 고마움을 표시하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반면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측은 침묵을 지키면서도 사퇴는 없다는 의사를 유지하고 있다.

유명희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나이지리아 전 재무장관. /연합뉴스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등을 역임한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이달 들어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치러진 차기 사무총장 선호도 조사에서 1위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표시한 나라와 정부의 지도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지난달 27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지지한 것을 시작으로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사이먼 버밍엄 오스트레일리아 재무장관, 피에르 모스코비치 프랑스 정치인 등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달 17일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해 “디지털 무역과 전자 상거래가 더 큰 경제적 포용(economic inclusion)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며 사무총장 취임 후 청사진을 내비치기도 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트위터

여기에 전세계 백신 개발과 공평한 분배를 위해 노력하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수장이기도 한 그는 최근 우리 정부가 국제 백신협약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1000만달러를 약정한 것을 언급하며 “코로나 팬데믹 해결을 위한 거대한 발걸음”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반면 유 본부장은 국내 행사와 일부 라디오 인터뷰에만 응하고 있을 뿐, 대외적으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지는 않다. 그는 지난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계속 협의를 하면서 회원국들 간 의견 일치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는 중”이라며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외교부도 같은 입장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WTO 사무총장 협의 절차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외교가에선 바이든 행정부 출범 때까지 현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