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의 첫 국무장관으로 앤서니 블링컨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5년 전 그가 방한(訪韓)했을 당시 서울에서 가진 강연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 당시 그는 강연 뒤 가진 질의 응답에서 ▲북한의 비핵화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주의 ▲한·일 역사문제 해결 등 크게 3가지를 강조했다.
블링컨 내정자는 지난 2015년 10월 7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청중 3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한미동맹의 주요 현안에 대해 50분짜리 강연을 했다. 이후 청중으로부터 받은 세개의 질문에 대한 대답에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 정책과 철학이 녹아있다는 평가다.
첫번째 질문은 비핵화. 블링큰 내정자는 ‘미국이 북한 문제에 실제로 개입할 여지가 있냐’를 묻는 질문에 “북한이 진정 비핵화에 나설 생각이 있다면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JCPOA),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 등을 예로 들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진정한 비핵화 의지가 있어야 만날 수 있다”는 바이든 당선인의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하는 발언이다.
두번째 질문은 당시 한국의 가입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블링컨 내정자는 “TPP가 미국 뿐 아니라 다른 참여국에 커다란 혜택을 줄 것이라고 믿으며 더 많은 참여국을 확보할 수단이 될 잠재성이 있다”며 “(한국과의) 협상이 더 진전되기를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최근 “미국 중심의 무역 질서를 구축하겠다”고 밝혀 TPP에 복귀해 한국 등 우방국에 가입 압력을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번째 질문은 ‘위안부’로 대표되는 한일 역사관계 갈등. 블링컨 내정자는 “위안부 문제는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라며 “미국의 입장은 현재보다 양국관계를 더 강화하기 위해 일본이 역사적으로 이 문제를 세심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역사문제 같은 차이보다 훨씬 중요한 공동의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블링컨 내정자는 이밖에 “북한의 최대 이슈는 비핵화”라며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통해 평화 통일을 이루고자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전을 공유한다”고 했다. 강의 내내 북한 문제 해결에 있어 선(先) 비핵화 조치가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블링컨 내정자는 또 북한 인권 침해 사례를 수집하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서울사무소 설립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