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25일 산업통상자원부를 방문해 “공무원들이 소신을 가지고 적극 행정에 임해 달라”고 말했다.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과정에서 경제성을 조작하고 자료를 은폐·폐기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은 산업부 조직을 적극 행정으로 격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적극 행정 우수부서 시상을 위해 2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를 방문해 시상식을 마친 뒤 소재부품장비협력국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월성 원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했고, 산업부가 감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자료를 444개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후 산업부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정 총리는 주변에 “국가 공무원이 국책 사업을 하는 일에 대한 감사원의 행태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인 탈원전을 수행하다 공무원들이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된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고 한다. 다만 총리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감사 결과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정 총리가 이날 산업부를 격려 방문한 데에는 ‘공직자의 적극 행정 마인드가 폄하·훼손되면 안 된다’는 본인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는 직원들에게 ‘적극 행정 접시’를 돌렸고, 신임 사무관들에게는 임명장을 직접 수여했다. 정 총리는 “공직의 역할이 축소되고 공직을 바라보는 시선도 따갑지만 공직의 가치에 대한 믿음이 더 필요한 시기”라며 “움츠리지 말고 당당하게 소통하고 한 걸음 더 앞서 나가자”고 했다.

산업부 직원들은 행사장에 들어선 그를 열렬한 박수로 환호했다. 산업부는 정 총리가 산업부 장관 시절 참석한 주요 행사를 담은 영상을 만들어 시연했고, 영상 마지막에선 “우리의 영원한 선배님, 정세균 국무총리님의 산업부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고 썼다. 그는 2006년 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9대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정 총리는 이날 원전 담당 부서도 직접 둘러봤다. 그는 원전 담당 부서 앞에서 “아주 힘든일 처리해서 고생많이했다. 수고 많았다”고 했다. 원전 수출을 담당하는 부서 앞에선 “한건 해야할텐데 어떻게 해봐. 내가 해외 다니면서 한건해보려고 노력해봤는데 아직도 안되네. 잘좀 해봐”라고 격려했다.

하지만 검찰이 산업부의 자료 은폐 사건을 수사 중인 상황에서 정 총리의 산업부 격려 방문이 적절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 총리는 지난 10일 취임 30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검찰 수사에 대해 “공직자들의 적극 행정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했었다.

정 총리는 이날 방문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후배들이 월성 1호기 문제 때문에 맘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격려와 위로를 해주고 있는 마음이 나와서 한번 와야겠다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문제(월성)는 결국 사필귀정”이라고 했다.

‘적극행정의 대표적 사례인 월성 원전이 수사를 받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말은 좀 아끼는게 좋을 것 같다”면서도 “불필요한 마음고생하고 있어서 격려와 위로를 하고 싶다. 후배들이 위축되지 않고 어깨 펴고 자기 책무 다할 수 있도록 하는게 나나 장관이나 선배들이 할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