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과 만찬을 가졌다. 왕 부장의 2박3일 방한 일정에 당·정·청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회동이었다. 왕 부장은 중국 최고의 명주로 꼽히는 마오타이(貴州茅台·구이저우마오타이)와 함께 한·중 요리를 번갈아 제공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 오후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일행과 만찬을 가졌다. 왼쪽부터 민주당 이재정·김한정 의원, 이 전 대표, 왕이 부장, 박정·김영호·김성환 의원. /연합뉴스

왕 부장과 이 전 대표, 민주당 의원 10여명은 26일 오후 6시30분부터 9시까지 150분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찬을 가졌다. “건강 문제로 술을 하지 않는 이 전 대표가 여러 잔을 마셨을 정도로 분위기가 화기애애 했다”고 한다. 민주당에선 김한정·박정·이재정·김성환 등 재선급 의원들이 참석했다.

왕 부장은 지난해 12월 방한 때도 이 전 대표를 만났으며, 이 전 대표가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중국 북경을 방문했을 때도 회동한 인연이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2022년 북경 동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동북아 평화 분위기 고양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만찬에선 중국 대사관측이 갈비구이, 간장 생선요리, 삼선짜장면, 아욱된장국 등 한·중 양국의 음식이 번갈아 나오는 ‘콜라보’를 선보였다고 한다. 중국 측에선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와 중국 외교부 아시아 지역 담당인 우장하오(吳江浩) 부장조리(차관보급) 등이 참석했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미·중 갈등과 남북 문제, 내년 1월 출범하는 미 행정부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가감없이 털어놓았다고 한다. 앞서 외교부와 청와대 등 공식 일정에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카메라 앞에서 답변을 피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행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있다. /뉴시스

왕 부장은 미·북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전쟁과 파국을 막았다며 현 소강 국면에 대해서도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하고, 대화를 통해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왕 부장은 비핵화와 제재 완화의 ‘동시적 조치’를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2018년 싱가포르 합의가 중요한 진전이기 때문에 방향이 바뀌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참가자들은 말했다. 왕 부장은 “남과 북이 (한반도의) 주인이다. 건설적 노력을 계속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왕 부장은 미·중 갈등 관련해선 “중국 정책은 불충돌, 불대결”이라며 “공존·공영을 항상 추구해왔고, 패권을 지향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다자주의를 외면하고, 고립주의 행보를 이어갔다고 박한 평가를 했다. 반면 1월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선 다자외교에 복귀할 것이란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