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임으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내정된 가운데, 국민의힘이 변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에 당력을 집중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개최될 인사청문회에선 변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함께 부동산 자산 축소 신고,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한 의혹 등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 내정자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장이던 지난 10월 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선서를 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 내정자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장이던 지난 10월 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선서를 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6일 언론 통화에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위시한 ‘부동산 마피아’ 중에서도 김 실장의 이념을 120% 공유하는 단 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변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도시계획학으로 석사, 행정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와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을 지냈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인 2014년 11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SH공사 사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2019년 4월 LH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변 후보자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 공약사업인 ‘도시재생 뉴딜’의 기초를 닦은 인물로 알려져있다. 두 사람은 1999~2003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현 서울연구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사이로 인연이 깊다. 변 후보자는 주거·복지 분야 전문가로,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서는 규제와 증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 ① 과거 발언 “文 정부 부동산 정책, 중상 이상”

야당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화제인 ‘변창흠 발언록’을 문제 삼고 나섰다. 변 후보자는 최근 국회 국토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낫다. 제일 잘한다” “성적으로 중상(中上) 이상은 된다”고 평가했다. 주거 복지와 관련해선 “어떤 정부보다 많이 빨리 세심하게 했다”고 했다.

지난 8월 3일 국토위 전체회의와 10월 8일 국토위 LH 국정감사에 출석한 변창흠 국토부장관 내정자가 부동산 정책에 대하여 발언하고 있다./TV조선

변 후보자는 시장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는 임대차3법에 대해서는 “가격 상승 때문에 어쩔 수 없고 주거복지 측면에서도 불가피하다”고 했다. 야당 관계자는 “이같은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김현미 보다 더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변 후보자가 세종대 교수 시절 ‘불로소득의 환수와 토지 공개념’ 논문에서 “토지 소유권 보장을 전제로 한 보유세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한 부분도 야당은 문제삼고 있다.

◇ ② 부동산 축소 신고 의혹

이와 함께 변 후보자의 부동산 축소 신고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관보에 게재된 재산공개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강남 1주택자’다.

변 후보자는 2006년 매입해 현재까지 거주 중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 1채(129.73㎡)를 신고하면서 가액을 5억9000만원으로 적었다. 한 동짜리 ‘나홀로 아파트’로 같은 평수는 최근까지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시세 파악이 어렵지만, 주변 시세(15억원 이상)를 볼 때 축소 신고를 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③ 직원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변 후보자가 서울주택공사(SH) 사장 시절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17년 당시 변 사장 방에서 간부급 직원들을 정치 성향,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계 등을 잣대로 평가한 문건이 발견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내부적으로 SH 노조의 반대가 거셌고, 연임을 고려했던 변 후보자가 포기로 가닥을 잡는 계기가 됐다.

◇ ④ LH 사장 시절 일감 몰아주기 의혹

변창흠 LH 사장이 지난 8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밖에 변 후보자가 LH 사장으로 있으면서 자신과 친분이 있는 단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기부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LH의 연구용역 수의계약 실적을 보면, 전임자 시절 3년간 17억원(8건)에 불과했던 것이 변 사장 취임 이후 1년 반만에 36억원(11건)으로 커졌다. 용역 일부가 변 사장이 소장으로 재직한 한국 도시연구소, 같은 학회에 소속된 인물이 대표로 있는 미래이엔디가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LH 직원들이 코로나19 성금이 변 사장과 관계있는 친여(親與) 단체에 기부된 사실도 수면위로 떠올랐다. LH는 지난 3월 직원들로부터 코로나 성금 1억3000만원을 걷어 사회가치연대기금과 주거복지재단에 기부했다. 사회가치연대기금은 비법적기부금단체로, 대표인 송모씨가 안희정 지사의 정치자금이 문제가됐을 때 시민변호인단에서 활동했다.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을 맡기도 하는 등 친(親)박원순 인사로 평가받는다. 주거복지재단에서 이사들 가운데 친여 인물과 박원순계 인사들이 포진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