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가칭)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 파운데이션(HRF)이 이에 대한 재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재단(HRF)의 토르 할보르센 대표. /이덕훈 기자

뉴욕에 본부를 둔 HRF는 이날 본지를 통해 공개한 4장짜리 호소문에서 “법이 통과된다면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한국 헌법, 자유롭게 정보를 얻을 권리를 명시한 유엔인권선언 등에 대한 종말적인 침해(grave violation)가 될 것”이라며 “한국 민주주의에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독으로 통과시킨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대북전단 살포 등으로 남북합의서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지난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 이후 곧바로 추진돼 야권과 국제 사회에서 “김여정 하명법, 김여정 존경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HRF는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한국은 개방성·투명성·민주주의 같은 가치를 내세워 국제 사회의 칭송을 받았다”며 “어떻게 이런 나라에서 전단금지법 같은 것을 통과시킬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가 과학과 팩트에 기반한 정책, 열려있는 소통으로 코로나에 비교적 훌륭하게 대응했는데 전단금지법은 이와 배치된다는 것이다.

HRF는 “이번 법안은 3만명의 탈북민, 2500만명의 북한 주민을 불공평하게 표적으로 삼은 것”이라며 “폭정을 겪고 탈출한 사람으로서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것은 탈북자의 권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행동을 금지시킬 것이 아니라 독려해야 하는데, 현실을 외면하는 한국 정부가 냉담하고 잔인하다”고 했다.

HRF는 “비무장지대(DMZ) 반대편의 공포에 문제 제기하는 탈북민에게 감사를 표시해도 모자란데 박해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탈북민에 대해 “인터넷과 외부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HRF는 “아시아에서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성취한 몇 안되는 국가인 한국에서 최근 벌어진 일들에 대해 간담이 서늘하다”며 “법안이 통과된다면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의 기록에 오명을 남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민주주의 가치를 국회가 반드시 지켜달라”고 했다.

민주당은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개혁 법안’들을 일괄 처리하겠단 방침이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래는 HRF가 국회에 보낸 호소문 전문


HRF가 국회에 보낸 호소문 전문
HRF가 국회에 보낸 호소문 전문
HRF가 국회에 보낸 호소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