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15일 요리연구가로 유명한 ‘빅마마’ 이혜정씨의 수제자가 돼 김장 담그는 법을 배웠다. 최근 중국에서 김치의 기원에 관한 논쟁을 부추기는 것을 의식한 듯 “바깥에 도전자(contender)들이 있지만, 김치보다 한국적인 음식은 없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오전 11시 비영리·비정치 기관인 ‘아시아소사이어티 코리아센터(KR)’가 진행하는 라이브 웹캐스트 행사에 출연해 이씨로부터 김장 담그는 법을 약 30여분 간 배웠다. 이번 행사는 ‘집에서 담근 김치로 코로나 블루(우울증)을 이겨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주한 미국대사관저인 ‘하비브하우스’에서 진행됐다.
해리스 대사는 “빅마마에게 이렇게 배울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거의 매일 먹는 김치에 이렇게 많은 재료가 들어가는 지는 몰랐다”고 했다. 특히 이씨가 김장에 필요한 재료로 굴과 새우, 귤 등을 언급하자 “이게 들어가는지는 몰랐다. 와우(wow)!”라며 연신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김장독을 땅에 묻어 오랜 기간 숙성시키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며 “나는 겉절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선 김치의 원조성(originality)에 대한 언급이 계속 있었다. 해리스 대사는 김치에 대해 “거의 매일 먹는 음식” “아주 한국적인 것” “한국의 원조 소울 푸드”라며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가 사랑하는 이 나라에 대해서 더 알게돼서 너무 고마운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해리스 대사가 김장 배우기까지 나서며 김치에 대한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낸 것은 중국의 ‘김치 역사 왜곡'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에선 관변 매체들을 중심으로 “한국 김치가 중국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환구시보는 지난달 29일 중국이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泡菜) 제조법을 국제표준화기구(ISO)에 등록한 것을 두고 “한국이 종주국이라는 주장은 이미 유명무실하다”며 김치 논란을 촉발시켰다.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Baidu)도 최근 한국 김치에 대한 설명에서 ‘삼국시대 때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단정적인 표현을 썼다 한국 네티즌들의 비판이 일자 ‘기원에 대한 논쟁이 있다’고 수정해 기술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주 트위터에서도 “맛있고 원조(authentic)인 한국 김치 만드는 법을 배우게 돼 신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김치의 본고장(original home)”이라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