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한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징계’를 뒤집었다. 대통령 권력의 상징인 인사권이 법원에 의해 훼손된 것이라서 정권 전체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이 끝까지 신임했던 조국 전 법무장관의 아내 정경심씨까지 전날 1심에서 자녀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징역 4년을 선고받으면서,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의 완승”이라며 “대통령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재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처분에 대해 24일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문 대통령의 정치적 타격도 불가피해졌다. /연합뉴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미애 법무 장관을 앞세워 사실상 ‘윤석열 찍어내기’를 추진해왔다. 윤 총장이 정치적 욕심 때문에 조국 전 장관 가족을 시작으로,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을 겨냥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인사를 통해 윤 총장 측근 검사들을 몰아내 윤 총장을 식물 총장으로 만들었고, 급기야 징계 카드까지 내밀었다. 윤 총장은 ‘검찰 개혁'의 걸림돌이기 때문에 밀어내야 검찰 개혁을 완성할 수 있다는 논리를 댔다.

그동안 대통령은 윤 총장과 관련한 직접적 언급을 피했었다. 하지만 지난 16일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제청을 그대로 재가했다. 윤 총장 징계의 마지막 순간에야 무대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대법원장 등 5부 요인을 청와대로 부른 자리에서는 법원의 윤 총장 징계 결정을 앞두고 “권력기관 개혁 문제로 갈등이 많다”며 “이를 극복하고 개혁을 진전시키는 데 힘을 모아달라”고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결정은 ‘대통령 대 검찰총장' 성격이 짙어졌는데, 법원이 윤 총장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청와대는 충격에 빠졌다. 문 대통령이 국민적 반대 여론에도 강행한 윤 총장 징계의 정당성이 큰 타격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날 법원 결정에도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내부에서는 “검찰에 이어 이젠 법원까지 보수 여론에 편승해 정치 바람을 타고 있다”며 강한 성토가 나왔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이 임명한 총장을 직접 징계까지 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굉장히 난감할 것”이라며 “윤 총장을 무리하게 징계했다는 비판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윤 총장이 수사를 지휘해온 조국 전 장관 아내 정경심씨 사건이 유죄를 받은 것과도 겹치면서 대통령이 안고 가야 할 정치적 부담도 더욱 커졌다. 문 대통령은 올 초 신년 회견에서 조국 사태로 인해 민심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며 조 전 장관을 감쌌다.

여권에선 이번 법원 결정이 문 대통령의 인사권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평가와 함께, 임기 말 레임덕 가속화로 이어져 정국 운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우선 원전(原電),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 검찰의 정권 수사를 막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책임론에 직면하게 됐다. 이와 함께 윤 총장이 곧바로 직무에 복귀해 이 같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에 따른 부담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도 하락세다. 부동산 민심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코로나 확산 속 정부의 백신 확보 지연에 대한 책임론도 커진 상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국민 분열 양상이 심화되는 데 대한 책임론도 나올 것이고 사의를 표명한 추 장관 후임 물색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더해 ‘윤석열 찍어내기’로 변질돼버렸던 검찰 개혁도 상당 부분 동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새해 벽두 출범을 강조하고 여당이 법까지 개정해가며 밀어붙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의미도 퇴색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여당에선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은 윤석열”이라는 주장이 많았지만 이 역시도 실현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