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법원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복귀 결정에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법원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복귀 결정과 관련해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을 통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전날 법원은 추미애 법무 장관이 추진하고 문 대통령이 재가한 ‘윤 총장 정직 2개월 징계’를 부당하다며 사실상 윤 총장 손을 들어줬다. 여권 관계자는 “하루 만에 입장을 낸 것은 문 대통령의 의중이었다”며 “1년간 끌어온 추 장관과 윤 총장 갈등을 일단락 짓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사과는 레임덕 우려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일방적 국정 운영 기조 전환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국민에겐 포괄적 사과를 했지만 윤 총장에게는 ‘성찰’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법원의 판단에 유념하여 검찰도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특히 범죄 정보 외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찰한다는 논란이 더 이상 일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고 했다. 앞서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작성을 지시한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이 ‘판사 불법 사찰’이라고 주장했다. 법원도 윤 총장 손을 들어줬지만 ‘판사 문건'에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고, 문 대통령도 이 부분으로 윤 총장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검찰 개혁'을 다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 관계를 통해 검찰 개혁과 수사권 개혁 등의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개각 등 국면 전환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기 문제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 메시지는 사과로 보이지만, 수사권을 남용하지 말라는 윤 총장을 향한 마지막 경고일 수도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논평에서 “인사권자로서 사과는 대체 무슨 뜻이냐”며 “추 장관에 대한 마음의 빚인가, 아니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윤 총장에 대한 분노인가. 차라리 안 하는 게 더 나았을 사과”라고 비판했다.

친문 “사법 쿠데타”… 與일각선 출구찾기 고심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법원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효력 정지 결정 하루 만에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여권(與圈)에선 검찰과 법원을 겨냥한 공격이 이어졌다. 친문(親文) 인사들과 강성 지지자들은 검찰과 법원을 ‘기득권 카르텔’로 규정하며 “다시 촛불을 들자”고 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을 “사법 쿠데타”라며 “담벼락에 욕이라도 하자”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선 “윤 총장 사태를 일단락 짓고 새해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체제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도층의 이반을 불러올 수 있는 부동산·코로나 대책 마련에 당력(黨力)을 집중하는 쪽으로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복귀에 대한 여권 인사들 발언

민주당 친문(親文) 의원들은 이날 검찰은 물론 법원을 공격하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놨다.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법원 결정에 대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권력을 정지시킨 사법 쿠데타”라며 “헌법적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탄핵, 김두관이 앞장서겠다”고 했다. 민형배 의원은 “대통령의 징계 재가를 번복하는 명백한 삼권분립 위반 아닌가. 일개 재판부가 대통령을 흔들어대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김성환 의원은 검찰과 법원을 ‘기득권 카르텔’로 지목하며 “이젠 온라인에서 촛불을 들어야겠다”고 했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법조 카르텔의 강고한 저항”이라며 검찰과 법원에 대한 통제 시스템 구축을 언급했다.

장외(場外)의 여권 인사들도 가세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서 법원의 윤 총장 징계 정지 결정을 겨냥해 “단단한 눈 뭉치에 정면으로 이마를 맞은 느낌”이라며 “대통령께서 외롭지 않도록 할 일을 찾아야겠다. 담벼락에 욕이라도 시작해보자”고 했다. 친여(親與) 방송인 김어준씨는 라디오에서 “검찰과 사법이 법적 쿠데타를 만들어낸 것 아니냐”고 했다. 친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판사판이다” “국회에서 판·검사들을 탄핵하자”는 주장이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당내에 검찰개혁특위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는 회의 후 페이스북에서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탄식이 들린다”며 “검찰권 남용, 불공정 수사, 정치 개입 등을 막기 위한 검찰 개혁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법원이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것 등을 거론하며 “윤 총장은 책임을 느껴야 옳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런 반응을 두고 여권 관계자는 “지지자들의 반발과 국면 전환 필요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흔적이 엿보인다”고 했다. 윤 총장에 대한 강공이라기보단 출구 전략까지 염두에 둔 로키(low-key) 대응 성격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여권은 지난 1월 추미애 장관 취임 후 윤 총장과의 갈등이 1년째 계속되면서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추 장관이 밀어붙인 ‘윤석열 제거’는 실패했다”며 “윤 총장 이슈에서 벗어날 출구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여권 핵심부에서도 추미애·윤석열 대립 사태를 연내에 일단락 짓고 새해에는 보궐선거 체제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부동산 문제와 코로나 3차 대유행 사태에서 여당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선거 승리가 어렵다”며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할 경우 정권 재창출이나 이 대표의 차기 대선 도전은 상당한 도전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차원에서 이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주거 및 복지 대책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코로나 백신 도입을 서두르는 것도 여권 핵심부의 국면 전환 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