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우리 선박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억류된 가운데, 이란 외무부가 6일 “한국은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급파 예정이었던 우리 대표단 방문에 대해서는 “외교적 방문(diplomatic visit)의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이번 이슈는 철저히 기술적인 것”이라며 “한국이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5일 “양국이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데 공감했다”고 밝힌 가운데, 하루 만에 이란 당국이 강한 어조로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란 외무부는 “이번 사안에 대한 한국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고 거절한다”며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란은 해양 오염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으며 향후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란 당국은 선박을 나포한 것에 대해 해양 오염을 이유로 들었는데, 이같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란 외무부는 또 6일과 10일 각각 이란을 찾을 예정이었던 고경석 아시아중동국장, 최종건 1차관의 방문에 대해서는 “최 차관의 방문은 이미 논의 중이었던 것이고 미래에 이루어지겠지만 이번 사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아직 어떤 형태의 방문에도 합의에 이르지 않았다”며 “외교적 방문의 필요는 없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실무단을 급파하고, 10일 최종건 차관 등 고위급 방문을 통해 이번 문제의 매듭을 풀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란 당국이 강한 어조로 ‘법과 원칙에 의한 처리’를 천명하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무단과 최 차관의 이란 방문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선박과 선원에 대한 모든 조력은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최 차관은 6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간담회에 참석해 이번 사태에 대한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