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 7조' 상소로 이름을 알린 인터넷 논객 ‘진인 조은산’이 11일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한국의 룰라가 되고 싶다면 이번 대선은 포기하고 다음 대선을 노려보는 게 어떻겠는가”라고 했다.

/조선DB

조은산은 노동자 출신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급진적 좌파 이미지 때문에 대선에서 연이어 패배했다가 중도 이미지로 쇄신한 뒤 대통령에 당선된 점을 거론하며 이 지사에게 ‘친기업적 정치인으로의 전향’을 제안했다. 그는 이 지사가 주장하고 있는 ‘전 국민 기본소득제'를 비판하며 그래도 이번 대선에 출마하겠다면 ‘조건부 기본소득’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 “이재명, 재정 건전성과 포퓰리즘 우려엔 협박 발언 일삼아”

조은산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이재명 그리고 룰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지사의 페이스북 피드를 보니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민주주의의 위기' 편을 꽤 감명 깊게 본 것 같다”면 “룰라를 꽤 좋아하는 것 같은데, 한국의 룰라가 되고 싶은가. 이번 대선은 포기하고 다음 대선을 노려보는 게 어떻겠는가? 농담이 아니다. 이것은 진심”이라고 했다.

조은산은 “룰라는 급진 좌파적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하고 연이어 대선에 참패했고, 결국 중도적 이미지로 쇄신한 이후 브라질 대통령에 당선됐다”며 “당시 브라질 국민은 반기업 정서와 기업과 노동자 간의 분열로 사회 혼란을 야기할 룰라의 급진적 정책들에 대해 반기를 든 것이다. 이 점을 이 지사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렇지 않다면, 그래도 대선에 기꺼이 출마하겠다면 이건 어떻겠는가. 나는 ‘조건부 기본소득’을 제안하겠다”고 했다.

조은산은 “룰라는 조건 없는 무차별적 복지는 스스로 경계했다”면서 이 지사에 대해선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 복지를 통해 표심을 확보하고 나선 그가 재정 건전성과 포퓰리즘을 우려한 반대 목소리를 향해서는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일삼는다”고 했다.

조은산은 이 지사에게 전국민 기본소득 대신 ‘조건부 기본소득’을 제안하면서 “최소한 나의 제안이 재정 건전성 따위는 일체 무시하고 미래 세대에게 그 짐을 떠안기는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이재명식 복지 정책보다 수십 년은 앞서 나가는 진일보한 생각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또 “룰라는 우려와는 달리 친기업적 시장주의자로 변모해 브라질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면하고 경제성장률은 3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이 지사를 향해 “기업을 활성화하고 사업의 확장을 통해 국내 투자와 고용의 확대를 유도하는 ‘친기업적 정치인으로의 전향’을 제안한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뉴시스

이 지사가 앞서 지난 3일 페이스북에서 넷플릭스 다큐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를 언급하며 “기득권 카르텔을 개혁하지 않으면 지지율 87%의 민주 정부도 무너진다”고 했다. 이 지사는 “촛불은 비단 박근혜 탄핵만을 위해 켜지지 않았다”며 “불의한 정치권력은 물론 우리 사회 강고한 기득권의 벽을 모두 무너뜨리라는 명령이었다. 검찰개혁, 사법개혁은 물론 재벌, 언론, 금융, 관료 권력을 개혁하는 것으로 지체없이 나아가야 하는 이유”라고도 했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남미 좌파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룰라 전 대통령의 통치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룰라는 브라질 최초 노동자 출신 대통령이었지만, 긴축 재정 기조 유지, 시장주의 정책 추진 등 보수적인 경제 정책으로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해 국가 부도 위기로 치닫던 브라질 경제를 회생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11년 1월 퇴임시 87%라는 경이적인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뇌물 수수 등 부패 혐의로 2018년 4월 수감됐다가 1년 7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석방됐다.

◇ “이재명 세상 속 국민은 단지 ‘촛불 든 자'”

조은산은 이 지사가 페이스북에 사용한 ‘촛불, 기득권 청산' 같은 표현을 언급하며 “그가 말하는 촛불이 광화문의 촛불을 말하는 건지, 조국 수호를 위한 서초동 촛불을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기득권은 도대체 누굴 지칭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론의 창시자이자 입시 비리의 종결자 조국을 말하는 건지, 아픔과 치유의 기생충 윤미향을 말하는 건지, 노동자가 같은 노동자의 피를 빨아먹는 억대 연봉의 귀족 노조를 말하는 건지, 수도권 요지에 집 몇 채씩 사놓고 집값을 올려 자산 불리기에 열중인 정부 고위 관료들과 민주당 의원들을 말하는 건지도 나는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조은산은 “이놈이 저놈 같고, 저놈이 나중에 이놈이 되는 알 수 없는 세상에서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세상 속 국민은 단지 ‘촛불을 든 자’여야 한다는 것 그 하나”라며 “또한 유력 대권 주자로서, 자치단체장으로서 그가 내놓는 모든 발언이 어느 한 계층의 막대한 희생 없이는 성사 불가능한 극단책 같아 나는 자주 아찔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이 지사를 향해 “‘진보 진영의 지도자가 부정부패 혐의로 몰락하는 것은 적폐 언론과 검찰이 촉발한 민주주의의 위기이고, 보수진영의 지도자가 부정부패 혐의로 수감되는 것은 위대한 촛불 혁명의, 찬란한 민주주의의 승리이다'. 짧은 그의 페이스북 글에서도 이러한 그의 모순된 사고방식이 엿보여 나는 가끔 그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싶을 때가 있다”고 했다.

◇ 다음은 조은산의 ‘이재명 그리고 룰라' 블로그 글 전문

이재명 도지사의 페이스북 피드를 보니,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민주주의의 위기- 편을 꽤 감명 깊게 보신 것 같다.

노동자 출신의 브라질 35대 대통령 룰라 다 시우바, 남미의 어느 축구 잘하는 나라의 전대통령이라고만 하기엔 의외로 그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통해 룰라와 그 후임자의 부정부패 연루, 편향된 언론의 공격, 지지율의 급락 그리고 탄핵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며, 이재명 도지사가 과연 무엇을 느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어느 정치인을 객체로 해 그 과정에 대입시키며 다큐에 몰두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문재인 대통령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전직 대통령의 잔혹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며, 줄곧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립을 주장해오신 분 아니던가.)

다만 어느 보수주의자가 그 과정에 이명박, 박근혜 전대통령을 대입시켜 내용을 각색했더라도 스토리의 전개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 역시 민주주의의 위기라 말할 수 있겠는가?

진보 진영의 지도자가 부정부패 혐의로 몰락하는 것은 적폐 언론과 검찰이 촉발한 민주주의의 위기이고, 보수진영의 지도자가 부정부패 혐의로 수감되는 것은 위대한 촛불 혁명의, 찬란한 민주주의의 승리이다.

짧은 그의 페이스북 글에서도 이러한 그의 모순된 사고방식이 엿보여 나는 가끔 그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싶을 때가 있다.

또한 ‘촛불, 기득권 청산’과 같은 단어들이 자주 보이는데, 나는 그가 말하는 촛불이 광화문의 촛불을 말하는 건지, 조국 수호를 위한 서초동 촛불을 말하는 건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기득권은 도대체 누굴 지칭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붕개’론의 창시자이자 입시 비리의 종결자 조국을 말하는 건지, 아픔과 치유의 기생충 윤미향을 말하는 건지, 노동자가 같은 노동자의 피를 빨아먹는 억대 연봉의 귀족 노조를 말하는 건지,

수도권 요지에 집 몇 채씩 사놓고 집값을 올려 자산 불리기에 열중이신 정부 고위 관료들과 민주당 의원들을 말하는 건지도 나는 알 수가 없다. 이놈이 저놈 같고, 저놈이 나중에 이놈이 되는 알 수 없는 세상에서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세상 속 국민은 단지 ‘촛불을 든 자’여야 한다는 것 그 하나다.

또한 유력 대권 주자로서, 자치단체장으로서 그가 내놓는 모든 발언들이 어느 한 계층의 막대한 희생 없이는 성사 불가능한 극단책 같아 나는 자주 아찔함을 느낀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가 더욱 두려워지는 순간은,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복지를 통해 표심을 확보하고 나선 그가, 재정 건정성과 포퓰리즘을 우려한 반대의 목소리를 향해서는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일삼으며(부천시는 받지 마.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은 사라져야 할 적폐), 지지층을 상대로는 꽤나 달콤한 언사와 직설적 화법으로 감성마저 자유자재로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심지어 글솜씨도 깔끔하다. 그가 직접 쓴다는 조건 하에.)

다시, 재난지원금의 선별 지급과 보편 지급에 따른 공방이 치열하다. 그리고 또다시 이재명 도지사가 그 중심에 섰다. 평소 기본 소득과 기본 주택, 기본 대출 등 뿌려대고 말기 식 정책에 골몰해온 그가 빠지는 게 더 어색한 싸움이었으니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그의 참전은 자연스럽다.

재난지원금은 이미 많은 분들이 반박을 가해 왔으니 내가 길게 말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나는 가장 효과적인 재정 집행은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계층과 업종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믿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이 글을 빌려 재난지원금 논란의 모체와도 같은, 이재명 도지사 또한 줄기차게 주장해온 그의 기본소득론에 관해 그에게 몇 가지 제안을 해 볼까 한다. 상당히 기분을 잡치게 만드는 제안일 수도 있지만, 극히 현실적이라 자부한다.

이재명 도지사님께 감히 권한다.

이번 대선은 포기하고 다음 대선을 노려보시는 게 어떻겠는가? 농담이 아니다. 이것은 진심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까지 언급하시는 걸 보면 룰라를 꽤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한국의 룰라 다 시우바가 되고 싶으신가?

노동자 출신의 룰라는 급진 좌파적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하고 연이어 대선에 참패했으며 결국 중도적 이미지로 쇄신한 이후, 브라질의 35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무려 30년에 가까운 긴 시간이 앞섰음에도, 당시 브라질 국민들은 반기업 정서와 기업과 노동자 간의 분열로 사회 혼란을 야기할 룰라의 급진적 정책들에 대해 반기를 들은 것이다. 이 점을 이재명 도지사님께서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래도 대선에 기꺼이 출마하시겠다면 이건 어떻겠는가. 나는 ‘조건부 기본소득’을 제안하겠다. 룰라가 당선되고 난 후, 말씀대로 그는 ‘보우사 파밀리아’ 라는 사회 보장성 성격이 짙은, 강력한 분배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조건이 있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 교육을 시킬 것과 15프로 이하의 결석률을 유지할 것’이었다. 조건 없는 무차별적 복지를 그는 스스로 경계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재명 도지사님께서 부득이 기본소득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재정 여건에 따라서 그 금액을 정하시되, ‘이미 취업을 해서 월급을 받고 있는 직장인 및 소득이 있는 사업자’ 에 한정해 기본 소득을 지급하시는 게 어떻겠는가?

나는 경제의 성장과 소득의 분배를 두 마리 토끼라 생각하지 않는다. 분배 정책 또한 시장으로의 유입과 재순환을 통해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기본소득을 통해 월소득을 늘릴 수 있다면 많은 미취업자들이 취업 전선에 뛰어들 것이고 경제활동인구는 대폭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른 세수 확보도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 나는 나의 제안이 재정 건정성 따위는 일체 무시하고 미래 세대에게 그 짐을 떠안기는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이재명 식 복지 정책보다 수십 년은 앞서 나가는 진일보한 생각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증가한 경제활동인구의 선순환을 위해 기업을 활성화하고 사업의 확장을 통해 국내 투자와 고용의 확대를 유도하는 ‘친기업적 정치인으로의 전향’을 제안한다.

다시 룰라의 예를 들어 말하자면, 2002년의 대통령 당선 이후 그는 좌파적 포퓰리즘 러쉬를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친기업적 시장주의자로 변모했다. 고용의 주체인 기업 규제를 철폐했고 수출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도 감면했다. 또한 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노조를 개혁했으며 기업의 설립 절차도 간소화했다. 그리고 그의 정책적 선회에 힘입어 결국 브라질은 디폴트를 면했고 그의 재임 기간 중 실업률은 2배 가까이 감소했으며 경제성장률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것은 엄연한 사실에 기반한 내용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자원 수출에만 의존한 브라질 경제는 다시 나락으로 빠져들었고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삼성과 현대/기아를 비롯한 수많은 굴지의 기업들을 보유한 고부가가치 산업 지향 국가라는 점이고, 정말 불행인 것은, 이러한 기업을 규제와 해체의 대상으로만 여기며 적폐로 간주해 경제 3법, 중대재해법(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실효성은 없고 부작용만 있을 거라 본다.) 등 기업의 발목만 잡으려는 현 시국에, 기업과 노동자는 결국 한몸이라는 극히 당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자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재명 도지사님께서 친히 나서주시어 경제 3법의 부당함과 중대재해법의 무분별함 그리고 후진적 노동법의 개정에 앞장서서 외쳐주실 수 있으신가? 만약 그렇다면 나는 이재명 도지사님의 기본소득론에 무조건적인 찬성을 표함과 동시에 지금 당장이라도 커밍아웃해 민주당 당원이 되고자 입당 서류를 제출할 자신이 있다. 물론 받아주신다면 말이다.

또한 차후에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뛰어드신다면, 아마 플랜카드로 뒤덮인 포터 차량 위에서 이재명 도지사님의 지지를 호소하는 진인 조은산의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도 물론 받아주신다면 말이다.

이재명 도지사님께서 겪으신 그 시대의 가난과 나의 가난을 비교하는 것은 멀고도 멀어 감히 맥락조차 잡기 힘들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겪은 가난에서 도대체 무얼 보셨는가.

내가 바라본 가난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굴복하는 가난이 있었고 극복하는 가난이 있었다.

굴복하는 가난에는 타인에 대한 의존과 게으름만이 있었고, 극복하는 가난에는 살고자 하는 욕구와 일자리가 있었다.

모든 국민들을 굴복하는 가난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 아니라면, 나는 나의 제안들이 마땅히 숙고되고도 남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상상한다. 친기업적 인물로 변신한 이재명 도지사와 그의 조건부 기본소득 정책 그리고 그를 뒷받침할 이재명 도지사 특유의 불같은 성정. 아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