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14일 취임 1년을 맞았다. 정 총리는 작년 1월 취임하면서 ‘경제 총리’ ‘통합 총리’를 내걸었다. 하지만 취임과 동시에 코로나 사태가 커지면서 지난 1년간 정부의 방역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데 역량을 쏟아왔다. 그런 그는 새해 들어 정부의 코로나 백신 확보 문제를 비판한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는가 하면,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제안한 정책 이슈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권(與圈)에선 정 총리가 사실상 대선 플랜 가동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온다.
정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담대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과 함께 포용과 혁신, 공정과 정의, 평화와 번영의 길을 걷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 총리는 이어 “누구나 소외되지 않고 함께 잘사는 나라, 사람 중심의 포용 사회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포용·회복·도약·평화’ 메시지와 같은 기조다.
정 총리는 쌍용그룹 임원 출신으로 6선(選) 의원을 하며 장관, 집권당 대표를 거쳤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다. 그런 그가 작년 1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현 대표의 후임 총리로 취임하자 ‘관리형’보단 ‘차기형’ 총리를 염두에 뒀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정 총리도 새해 들어 정책 현안들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낙연·이재명 ‘양강(兩强)’ 구도를 견제하는 ‘제3 후보’로 공간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정 총리는 이날 라디오에서 이낙연 대표가 제안한 ‘코로나 이익공유제’에 대해 “어떤 것을 제도화하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라고 했다. 이 대표의 이익공유제 제안 취지는 이해하지만 법이나 제도로 추진하는 데는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됐다. 정 총리는 최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한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서도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나자”고 반박했다. 정 총리 측근은 “이 지사에 대해 국정 운영의 일원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정 총리는 지난 8일에는 국회 긴급 현안 질문 답변에서 정부의 코로나 백신 확보가 부실하다고 주장한 야당 의원들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며 언성을 높이며 맞대응했다.
여권에선 애초 정 총리가 오는 3월쯤 총리에서 물러나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재확산 대응 등 현안이 적잖아 본격적인 대선 움직임은 4·7 보궐선거 이후로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 총리 측 관계자는 “코로나 위기 극복에 치중하면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때를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