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진행된 가운데, 강성 친문(親文) 지지자들은 이날 등장한 기자들을 상대로 인신 공격을 퍼부었다. 과거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때마다 기자들은 이른바 ‘양념’의 대상이 되곤했다.
이날 구독자 25만명이 넘는 ‘대한민국청와대’ 유튜브 계정에서는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생중계됐다. 조회수가 9만5000회를 돌파한 가운데 기자들이 질문할 때마다 “언론사도 정리가 필요하다” “저걸 기자라고” “기자들이 국민 수준을 못 따라가니까 기레기(기자+쓰레기)라 불리는 거다”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이날 기자회견은 작년 1월 신년 회견 이후 1년여 만으로, 문 대통령 취임 후 여섯번 째 기자회견이었다. 회견은 예정시간인 100분을 넘겨 2시간 넘게 진행됐다. 그러자 지지자들은 “장시간 회견으로 너무 힘드시겠다” “언론 개혁 반드시 완수하여 적폐를 청산하자”는 취지의 글들이 채팅장에 끊임없이 올라왔다.
친여(親與) 성향 방송인 김용민씨는 페이스북에서 김모 기자가 질문을 하며 가운데 손가락이 튀어나온 모양으로 수첩을 파지한 것을 지적하며 “보지 않을 수첩을 애써 집고는 부자연스럽게 그 손가락 모양을 유지했다. 이거 대통령에 대한 메시지가 아니냐”고 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기자단의 질문을 취합해 회견을 진행한 한 방송사의 정모 기자에 대해서도 “마스크를 왜 쓰지 않았냐” “성형을 한 것 같다”는 식의 인신 공격이 이어졌다. 또 일본 언론인 마이니치신문의 기자가 질문할 때는 “편견을 안 가질 수가 없다” “전형적인 일본 화법” “자기가 한국말 소통에 무리없이 하는 줄 아는 기자 자의식 과잉이야말로 백신이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언론인들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수난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기자회견 때도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가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다”고 물어 문 대통령의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으로 회자되며 여권 지지층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김 기자는 이후 방송사를 나와 국민의힘 대변인에 임명됐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만이 소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소통을 많이 안한다. 불통의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어느 대통령보다 현장 방문을 많이 했고 그곳에서 서로 양방향의 대화를 주고 받는 경우도 많았다”며 “앞으로 더욱 여건이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