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어 한미동맹보다 중요한 동맹은 없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우린 한국 편에 설 것 입니다.”
오는 20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과 함께 2년 6개월 임기를 마치고 이임하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19일 한미동맹재단(회장 정승조 전 합참의장)과 주한미군전우회(회장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가 주최하는 제8회 한미동맹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해리스 대사는 “2년반 전 군복에서 양복으로 옷을 갈아 입었지만 한미동맹은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변함없는 핵심 요소 였다”며 “부임 후 한미동맹보다 더 중요한 동맹은 없다는 것에 더 큰 확신을 안고 돌아간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는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군에서 40년가량 복무한 정통 직업군인 출신으로 주한·주일미군 등을 관장하는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을 지냈다. 2018년 7월 부임했다.
해리스 대사는 최근 폐막한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북한이 남한을 겨냥한 핵무력을 과시한 것을 언급하며 “북한과의 외교가 성공적이기를 희망하지만 희망이 행동 방침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선례가 많다. 71년 전 그 사건(6·25 전쟁)도 사례 중 하나”라며 “동맹과 한미연합훈련은 준비 태세를 내려놓지 않고 계속해서 유지하도록 설계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북·미 관계 변화를 위해 밝은 미래를 추구할 것이고, 김정은 위원장도 이런 미래를 인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는 미·중 갈등과 관련해선 “한국 정부가 안보동맹과 무역 파트너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는 것은 잘못된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1950년, 신생국인 한국은 1953년 이미 선택을 끝냈다”며 미국의 6·25 전쟁 참전과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언급했다.
해리스 대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이후 중국의 경제 보복을 언급하며 “만약 누군가가 여러분을 괴롭힌다면 우리가 지켜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또 “전세계 어느 경제, 안보 이슈던 간에 한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한·미·일 삼각 공조를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는 이밖에 한미 간 주요 국방 현안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국방 지출을 늘리고 탄탄한 로드맵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면서도 “절대 서두를 문제가 아니다. 시간을 좀 들이기를 원한다”라고 했다. “한국군의 핵심 역량 확보가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느리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는 재임 중 한일 갈등이 격화하고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친여(親與)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인신 공격을 당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그를 ‘조선 총독’에 비유해 논란이 일었다. 또 지난 2019년 10월엔 좌파단체 회원들이 덕수궁 옆 대사관저 담을 넘어 진입했다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해리스 대사는 한국인과 한국 문화를 사랑했고, 특히 안동 소주나 김치 같은 한국 음식을 홍보하는데 앞장섰다. 지난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자리에서 ‘안동소주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언제 같이 한잔하자’는 제의를 받고 “소주가 모자랄 것”이라고 답해 좌중에 폭소를 자아낸 일화는 유명하다.
21일 새벽 출국하는 해리스 대사는 당분간은 콜로라도주 자택에 머물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해리스 대사는 “한국에서 브루니(아내)와 저의 삶은 정말 즐거웠다. 미국대사로 일하기에 한국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며 “한국은 가장 좋은 친구이자 동맹”이라고 했다.
한미동맹재단은 이날 “그동안 공개하지 못했지만 해리스 대사가 재임 기간 한미 동맹의 발전을 위해 상당한 금액을 기부해왔고, 퇴임 후에는 재단 명예고문직을 맡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전임 행정부가 임명한 대사들이 일괄 사임하는 관례가 있다. 새 대사가 부임하기 전까지는 로버트 랩슨 부대사가 대사대리를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