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신임 미 국무장관이 27일 카운터 파트인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처음 전화통화를 했다고 일본 측이 밝혔다.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당선인 통화 때부터 국가안보보좌관, 국방장관까지 일본이 한국에 앞서 선수를 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 신임 대통령(오른쪽). /조선일보DB

NHK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오전 국무부 청사에서 장관 취임 선서를 한 뒤 마크 가노 캐나다 외교장관, 모테기 외무상 순으로 통화하고 취임 인사를 전했다. 일본 측은 미·일동맹 강화와 함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실현에 긴밀히 협력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 취임에 따라 조만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전화 통화를 통해 소통할 방침이다. 앞서 외교부는 26일 오후 “블링컨 지명자의 인준이 이뤄지면 빠른 시간 내에 강경화 장관과도 통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 중”이라고 했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 분야 요인들이 한국보다는 일본과 앞서 통화하는 모습이 계속되면서 미국의 아시아 정책 우선순위가 한국이 아닌 일본에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제이크 설리번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21일 카운터 파트인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통화한지 이틀 후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통화를 가졌다. 로이드 오스틴 신임 국방장관도 지난 23일 기시 노부오 일본 외무상, 24일 서욱 국방장관과 각각 통화를 가졌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지난해 11월 미 대선 직후 바이든 당선인이 각국 정상들과 통화를 했을 때도, 스가 요시히데 총리(오전 8시30분)가 문재인 대통령(오전 9시)을 소폭 앞섰다. 스가 총리는 최근 조기 미·일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히며 방미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축구경기도 아닌데 통화 순서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이 스가 총리보다 30분이나 늦게 전화 통화를 한 것을 두고 “정상 간 통화는 상호 조율에 따라 편한 시간에 하는 것”이라며 “누가 먼저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직 외교부 간부는 “큰 차이가 나는게 아니라면 통화 순서에 목매는 건 불필요한 승부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