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발생한 사법농단에 연루됐던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의원 등 111명은 이르면 29일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회적경제 활성화 및 입법추진 당정청회의에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8일 오후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임 판사에 대한 의원들의 탄핵소추 추진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탄핵안 발의 후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다. 의원들이 법적 요건에 맞춰 발의하면 국회법에 따라 72시간 내 표결할 것”이라고 했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오늘 의원총회에서 상대적으로 죄질이 더 나쁜 임 판사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 발의는 헌정 사상 세번째다. 앞서 두 차례는 대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였는데, 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적은 없다. 이낙연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판사의 위헌적 행위를 묵과하고 탄핵소추 요구를 외면한다면 국회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다만 “탄핵 소추를 당론으로 추진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판사 출신인 이탄희 의원 등 소속 의원들이 탄핵 소추안 제출과 통과를 주도할 전망이다. 당초 이 의원을 필두로 한 범여 국회의원들은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정식 제안했었다. 이미 국회의원 111명으로부터 탄핵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전달받았고, 이 가운데 100명이 민주당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소추안 발의 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1 이상)를 넘긴 수치다.

임 부장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시작된 이른바 ‘사법 적폐’에 대한 수사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지국장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임 판사의 재판 개입을 인정하면서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이 항소해 임 판사는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사법연수원 17기 동기(同期)인 임 부장판사는 대표적인 엘리트 판사로 통한다. 그는 평판사 때부터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탁됐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를 지냈다. 2018년엔 대법관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탄핵안이 발의되면 본회의에 보고된 뒤 법사위에 회부하거나 법사위 회부 없이 24∼72시간 이내에 표결 처리를 해야 한다. 탄핵안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현재 민주당의 의석수가 174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헌정 사상 최초로 법관 탄핵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있다. 탄핵안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심판한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5년간 변호사 등록과 공직 취임이 불가능해지고, 퇴직 급여도 일부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