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국제 회의에서 일본 외교 정책의 방향을 설명하며 한국은 언급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은 호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클라우스 슈바프(왼쪽)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지난 29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 인근 콜로니에 마련된 세계경제포럼‘다보스 어젠다 2021’비대면 회의장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화상 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이번 비대면 회의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던 연차 총회 대신 열렸다. /AP 연합뉴스

스가 총리는 29일(현지 시각) 세계경제포럼 화상 연설에서 “우리와 근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며 아세안과 인도, 호주를 거론했다. 또 “이웃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지난한 노력(endeavor)을 하겠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언급했다. 스가 총리는 미국을 향해서는 “미·일 동맹이 일본 외교의 중심 축(axis)”이라며 “자유롭고 열려있는 인도·태평양을 위해 미·일·인도 간 3자 대화 같은 메커니즘을 충분히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연사로 참여했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다분히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며 “문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일(對日) 기조 전환을 예고했지만 아직은 효과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미국은 지난 28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통화를 비롯해 아태 지역 우방들과의 연쇄 접촉에서 ‘북한 비핵화와 중국 견제를 위해선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삼각 협력이 언급됐지만 이를 보도 자료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대북 문제 진전을 위해서라도 한·일 관계 개선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28일 화상 토론회에서 “한·일과의 협의는 미국이 향후 북한에 취할 모든 접근 방식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한·일 관계보다 미국에 더 중요한 관계는 없는데 솔직히 말해 관계 악화가 안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