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차남이 외교부 근무 기간의 절반 이상을 군 복무와 해외 유학으로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비 유학 중엔 사기업 인턴으로 일했고, 학위 취득 후 곧바로 외교부를 그만뒀다. 최근 외교부 내 젊은 직원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 후보자가 조직의 수장으로 사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인근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국민의당 이태규의원실에 따르면, 정 후보자의 차남 정모(46)씨는 지난 2000년 외무고시 34회로 입부해 7년 11개월을 근무했다. 2002년부터 3년간 군 복무로 인해 병역 휴직을 했고, 복귀 1년 만인 2006년 7월부터 2년여간 외교부에서 급여를 받으며 미국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했다. 실제 근무 기간은 북미국·아태국 등에서 일한 3년이 전부였다.

정씨는 유학 중이던 2007년 7~8월 이탈리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에넬그린파워’의 북미법인에서 연구보조 인턴으로 근무했고, 유학 종료와 동시에 외교부를 그만두고 이직했다. 현재까지도 인턴으로 일했던 기업의 한국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비를 받아 해외에서 유학하면서 외국의 사기업에서 인턴을 했다면 그 자체로 논란 거리가 될 수 있다. 인턴을 하는 대가로 월급 등을 받았다면 외교부 급여와 함께 ‘이중 수령’이라는 문제도 발생한다. 정씨가 인턴을 하면서 급여나 수당을 따로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외교부는 ‘외교관의 해외 연수 기간 중 사기업 인턴이 규정상 가능하냐’는 질문에 “공무원인재개발법 시행령에 따라 국외연수 직원은 연수기관의 학칙 준수 등 연수 목적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후보자 차남의 인턴 활동은 동 규정에 준하는 범위에서 이루어졌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명확한 답변을 피한 것이다.

다만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학자금과 체재비, 동반가족을 포함한 항공료 등 약 10만달러(약 1억1180만원)는 외교부를 그만둘 때 반납했다고 정 후보자 측은 밝혔다. 공무원인재개발법에 따라 6개월 이상의 국외훈련을 받은 공무원은 훈련 기간의 2배에 해당하는 기간을 훈련 분야와 관련된 직무에서 복무해야 하지만, 국비를 전액 반환함으로써 이를 피해간 것이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이 의원은 “개인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는 있지만 능력 있는 외교관 한 명을 양성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다”며 “국가가 연수를 지원했는데 국비 유학 중 인턴 뒤 바로 사기업으로 이직한 건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했다. 이어 “우수 외교관들의 민간 이동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정 후보자는 장관이 된 후에 민간으로 이탈하는 실력있는 외교관들을 만류할 명분이 있냐”고 했다.

최근 외교부에선 젊은 직원들의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한 30대 외교관이 지난해 퇴사해 다국적기업으로 이직했고, 최우수 성적으로 국립외교원을 졸업한 도쿄 주재 한국 대사관의 서기관 역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경력 10년 이하의 외교관이 해외연수 이후 학비를 반환하고 퇴직한 사례는 7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