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0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것에 대해 “이 사건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규정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이게 블랙리스트가 아니면 뭐냐”며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했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이 사건의 성격 규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할 수 없다”며 “이 사건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아니다”라고 했다. 강 대변인은 “이 사건은 정권 출범 이후에 전(前) 정부 출신 산하 기관장에게 사표를 제출받은 행위가 직권남용 등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여부를 다투는 사건”이라며 “문재인 정부에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블랙리스트’에 뒤따르는 감시나 사찰 등의 행위도 없었다”고 했다. 전 정부 때 취임해서 현재까지 기관장으로 재직 중인 공공 기관도 6곳이나 된다며 “문재인 정부는 공공 기관장 등의 임기를 존중한다”고 했다. 하지만 전날 법원은 “김 전 장관은 원하는 사람을 산하 기관의 임원으로 임명하기 위해 사표를 일괄 징수했고, 거부하는 임원은 표적 감사를 실시해 사표를 제출받았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공공 기관장 인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 등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야당은 “블랙리스트가 아니면 살생부냐”며 “국민에게 사죄하는 게 순리”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싫어하는 사람을 찍어내는 것이 블랙리스트지, 문건이 없다고 해서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그동안 내로남불 원칙을 줄기차게 주장해오던 청와대의 말을 믿을지, 법원의 말을 믿을지는 국민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청와대 주장대로라면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블랙리스트’는 없었다”고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세상에 어떤 블랙리스트도 블랙리스트라고 제목을 붙이지 않는다. 독재정권은 스스로를 독재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같다”고 했다. 서울시장 예비후보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은 “임기가 남은 기관장의 사표를 강요하고 사표 제출을 거부하면 표적 감사를 해서 찍어내는 것이 블랙리스트가 아니면 무엇이 블랙리스트인가”라며 “이 정권이 얼마나 더 뻔뻔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