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3년 8개월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끝내 정부의 다주택 매각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정부부터 솔선수범하자며 “고위공직자의 주택 보유 실태를 파악하고 매각 조치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한 지 여덟 달 동안 지시를 이행하지 않다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14일 본지가 강 전 장관이 지난해 3월 재산 신고한 서울 관악구 봉천동 다세대주택(104.22㎡)의 등기부 등본을 열람한 결과 여전히 강 전 장관 명의로 돼 있었다. 강 전 장관은 서대문구 연희동에도 공시지가 25억원이 넘는 단독주택(217.57㎡)을 보유하고 있다. 한때 문재인 정부 내각에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 가장 많은 주택 3채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비판이 일자 지난해 여름 배우자인 이일병 전 연세대 교수 명의로 돼 있던 종로구 운니동 오피스텔 지분은 매각했다. 박 전 장관도 지난 8월 종로 오피스텔을 처분하는 등 다주택 상태를 해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장관은 재임 시절 주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외교 공관에 거주했고, 봉천동엔 노모(老母)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준공된 이 주택은 지상 5층, 8세대짜리 건물로 강 전 장관은 준공 당시 4세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해 8~9월 3세대를 약 2억5000만원에 매도했고 한 개만 남겼다.
야당 관계자는 “주택 문제 때문에 중도 사퇴·낙마한 고위급들이 많고 정부가 다주택자를 죄악시 하는 기조인데, 강 전 장관이 2주택 상태로 버티다 물러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지 부동산에 따르면 봉천동 주택은 향후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에선 일부 참모들이 다주택 처분 지시해도 이를 따르지 않은 채 물러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다. 서울 강남과 잠실에 아파트 2채를 들고 있는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1주택을 제외하고 나머지 처분하라”는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권고를 따르지 않고 퇴직했다. 이 때문에 관가에서는 “정권은 유한하지만 부동산은 영원하다”는 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