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월성 원전 방사성 물질(삼중수소) 유출 의혹에 대해 “원자력 안전 규제 전문 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조사해서 이상 없다고 판단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외부 유출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 제기가 되면 어떤 형태로든 사실 관계를 밝혀야 한다”며 민간조사단 구성 방침을 밝혔다. 원자력 안전의 최고 책임 기관인 원안위가 이상 없다고 판단했지만, 여권과 일부 환경단체들이 계속 의혹을 제기하니 민간에 맡겨 조사를 다시 하겠다는 것이다.
엄 위원장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삼중수소 외부 유출을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유출이 없었다고 결론을 낸 게 아니다”라고 했다. “삼중수소 유출이 있었는지는 모르시죠?”라는 여당, “방사성 물질 외부 유출되지 않았다는 게 맞느냐”는 야당 질문에 모두 “네”라고 답하기도 했다.
야당은 엄 위원장의 모호한 답변을 지적하면서 “원안위가 현 정권의 탈원전 기조에 맞추기 위해 괴담 유포에 가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엄 위원장은 ‘문제가 있다고 확인되지 않았다’는 말을 ‘문제없다고 확인되지 않았다’며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원안위는 지난 15일 국민의힘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현재까지 월성 원전 제한 구역 경계에서 허용치를 초과해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사례가 없다”고 했다. 여당과 일부 환경 단체가 제기한 ‘삼중수소 유출 의혹’에 대해 침묵했던 원안위가 한 달 만에 문제없다는 취지로 공식 견해를 밝힌 것이었지만, 여당과 친여 매체는 “원안위의 성급한 답변이 논란을 부추겼다”면서 방사성 물질의 외부 유출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엄 위원장은 이날 삼중수소에 대한 과장된 위험성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삼중수소가 인체에 해로운지’를 묻는 이용빈 민주당 의원 질의에 엄 위원장은 “삼중수소를 포함한 모든 방사성 물질은 기본적으로 유해하다”고 답했다. 월성 주변 지역 주민의 삼중수소로 인한 1년간 피폭량은 멸치 1g을 섭취하는 수준으로 미미한데, 유출 여부와 피폭량에 대한 설명 없이 ‘삼중수소가 유해하다’고만 언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