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서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돼 시신이 불태워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 이모(19) 군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썼다.
피격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는 18일 본지 통화에서 “2월4일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편지를 외교행낭을 통해 발송했고 백악관이 수신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직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답장은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 군은 편지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의정활동을 보면서 북한에 의해 침해를 당한 인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진 분이라고 믿고 있다”며 “대한민국 18세 학생의 억울한 호소도 들어주실 것이라 생각해 서신을 보낸다”고 했다.
이 군은 북한이 아버지를 죽인 행위가 인권유린이라고 주장하며 “북한의 김정은은 저희 아버지를 죽인 이유가 코로나 때문이라고 하지만, 저는 사람의 생명을 바이러스로 취급해 사살하고 기름을 발라 시신을 훼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북한의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인권유린”이라고 했다.
이 군은 “대한민국 국군이 저희 아버지를 왜 구하지 못했고 북한군이 저희 아버지를 왜 죽였는지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싶지만 아직 학생이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저의 작은 외침을 들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있는데 누구하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며 “어느 누구도 진상을 규명하려는 노력도 없으며 오히려 이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 군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아픔과 고통도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젊은 시절 부인과 딸을 교통사고로 잃었고, 지난 2015년에는 큰 아들 보 바이든이 암 투병 끝에 숨졌다.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델라웨어주 자택을 떠나면서 아들을 언급할 때 울먹이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 군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을 때의 아픔과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며 “8살짜리 여동생은 아직도 아버지가 죽은 사실을 알지 못해 매일 밤 아버지를 찾고 있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그림과 편지로 달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