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서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돼 시신이 불태워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 이모(19) 군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썼다.

북한군이 피격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 이모씨가 국가안보실·국방부·해양경찰청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행정소송을 위한 소장을 접수하기 전인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시스

피격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는 18일 본지 통화에서 “2월4일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편지를 외교행낭을 통해 발송했고 백악관이 수신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직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답장은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 군은 편지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의정활동을 보면서 북한에 의해 침해를 당한 인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진 분이라고 믿고 있다”며 “대한민국 18세 학생의 억울한 호소도 들어주실 것이라 생각해 서신을 보낸다”고 했다.

이 군은 북한이 아버지를 죽인 행위가 인권유린이라고 주장하며 “북한의 김정은은 저희 아버지를 죽인 이유가 코로나 때문이라고 하지만, 저는 사람의 생명을 바이러스로 취급해 사살하고 기름을 발라 시신을 훼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북한의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인권유린”이라고 했다.

이 군은 “대한민국 국군이 저희 아버지를 왜 구하지 못했고 북한군이 저희 아버지를 왜 죽였는지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싶지만 아직 학생이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저의 작은 외침을 들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있는데 누구하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며 “어느 누구도 진상을 규명하려는 노력도 없으며 오히려 이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는 분위기”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18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부인 질 바이든여사와 델라웨어 윌밍턴 성 조셉 교회에 있는 첫부인 네일라와 딸 나오미의 묘를 찾아 추모하고있다. 이날은 1972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첫부인과 딸의 기일이었다./AFP 연합뉴스

이 군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아픔과 고통도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젊은 시절 부인과 딸을 교통사고로 잃었고, 지난 2015년에는 큰 아들 보 바이든이 암 투병 끝에 숨졌다.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델라웨어주 자택을 떠나면서 아들을 언급할 때 울먹이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 군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을 때의 아픔과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며 “8살짜리 여동생은 아직도 아버지가 죽은 사실을 알지 못해 매일 밤 아버지를 찾고 있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그림과 편지로 달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