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극단적 선택(2018년 12월 7일)을 하기 며칠 전 측근에게 “검사들이 ‘김관진’에 대해 불어라 라고 해서, 불 거 없다. 없는 사실을 어떻게 만드느냐. 확 할복자살이라도 해버릴까”라고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만 해도 이 전 사령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으로 생각한 측근은 없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에 대한 불법 사찰 지시 의혹을 받는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사령관이 2018년 11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 전 사령관의 지인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검사가 이 전 사령관에게 ‘부하들이 다 실토했다. 있는 대로 말하라’는 식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영장실질심사 받고 구치소까지 가는데, 함께 간 부하는 희희낙락했다. 나는 우울한데 쟤는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을까. ‘아, 검사가 원하는 답변을 해서 뭔가 약속을 받아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우울했다.”

이 전 사령관은 지인에게 “검찰 수사를 받는데, 검찰이 내가 몇 시에 무슨 차를 타고 집에 들어왔는지, 누구와 술을 마셨는지, 뭐 이런 걸 다 알고 있었다”며 “김관진 장관에 대해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면 (검찰이) 내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할 게 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사령관은 극단적 선택을 한 날 새벽 이 지인에게 “그동안 고마웠다”며 “모든 일 잘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 지인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은 2018년 12월 3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후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는 과정에서 인생 최대의 치욕을 맛봤다고 한다. 수갑 찬 모습으로 포토라인에 선 데다가 구치소 교도관으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은 것이다. 구치소 안에서는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없다. 오랜 시간 대기하던 이 전 사령관은 허리가 아파 잠시 누웠다. 이를 본 교도관이 호통 치며 이야기했다.

“여기가 어딘데 누워 있는 겁니까. 시간이 몇 시인데 누워 있느냐고요. 바로 앉으세요!”

이 전 사령관은 재판도 받지 않은 자신을 범죄인 취급하는 데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이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전 사령관은 구속영장 기각 직후 지인들과 새벽 4시까지 폭음을 했다. 이때 이 전 사령관은 “세월호 관련해서 훈장 받을 줄 알았다”며 세월호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한 자신과 부하들을 범죄인 취급하는 데 대해 분노했다고 한다.

“나는 말이야. 정말 세월호 관련해서 훈장 받을 줄 알았어. 기무사도 부대원 중에서 세월호 사고의 희생자가 2명이나 있었던 유가족 당사자였기 때문에 위기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했거든. 최악의 국가위기 상황에서 이를 수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부대와 부대원을 이렇게까지 질책하는 것은 너무 과도한 처사 아닌가.”

측근이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격려하자 이 전 사령관은 이를 뒤로한 채 이같이 덧붙였다.

“내 와이프가 세월호와 동일한 코스로 수학여행을 인솔해서 다니는 고교 교사 아닌가. 내가 누구보다 유가족의 아픔을 공감하는 국민의 한 사람인데 말이야.”

이 전 사령관의 지인은 “기무사는 과거부터 민간사찰에 대한 반복적인 사건 발생과 이에 따른 문책으로 일종의 트라우마 같은 것을 누구나 갖고 있어 세월호 사고 당시에도 이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누차 강조하며 활동을 했다고 이 전 사령관이 여러 번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 전 사령관은 측근에게 이런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검찰이 고문으로 있던 회사 오너에게 오피스텔을 아무한테나 제공할 수 있느냐. 배임이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 모양이야. 오너가 당연히 겁먹었겠지. 정말 미안하지만, 오피스텔을 비워달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당장 살 집을 알아보는데, 가진 돈도 많지 않고 집 구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네.”

이는 이 전 사령관이 자신에 대한 수사가 주변 사람들에 대한 별건 수사로 이어질 것이란 확신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 전 사령관이 극단적 선택하기 직전 그의 변호인인 임천영 변호사로부터 그간 있었던 일들을 전해들은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 전 사령관에게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테니까 마음 강하게 먹고 반드시 이겨내라”는 말을 전하라고 했다. 이에 임 변호사는 이 전 사령관에게 향했다. 가는 도중 이 전 사령관과 통화도 했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임 변호사가 마주한 것은 이 전 사령관의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최근 만난 김 전 실장은 “재수 이야기만 들으면 가슴이 찢어진다”며 침울하고 슬픈 표정을 지었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이 전 사령관의 친형은 “《월간조선》과 《조선일보》에서 제 동생에 대한 기사를 다뤄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기자는 “팩트만 쓸 뿐”이라고 답했다.

“그 팩트를 두 언론밖에는 안 다뤄줘서요. 동생이 참 억울하게 죽었는데 말이죠.”

사실 기자는 이 전 사령관과 12월 8일 만나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 그런데 약속 하루 전날 이 전 사령관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전 사령관의 측근은 《월간조선》과 만나 하려 했던 말을 정리한 것이라며 A4 용지 1장을 건넸다. 그 내용을 그대로 소개한다.

<세월호 사고 발생 이후 투입된 군(軍)의 활동 상황과 우리 부대의 지원 내용을 세부적으로 기록하여 향후 유사한 국가재난 발생 시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하여 백서 형태로 남긴 기무사 자체 기록을 문제 삼아 사찰 의혹을 제기하였는바, 의도적인 사찰을 시행한 부대라면 이러한 기록을 스스로 남겼을 리 만무합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이를 수습하기 위해 구성된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범대본)에는 해수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여 투입된 국방부 및 군병력 외에도 정부 및 지자체 산하 16개 이상의 기관 및 부서가 참가했으며, 국정원, 경찰 등을 포함, 모든 정보기관이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파견된 모든 요원이 원소속 기관에 당시의 현장 상황을 일일보고 형태로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에 와서 유독 기무사의 활동만 문제 삼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기무사는 당시 사고와 관련 현장부대의 편성인원 고려 시 백서에 기록된 모든 활동 등을 직접 파악하여 사령부에 보고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당시 범대본에 파견된 모든 요원이 매일 발생하는 상황을 상호 공유하면서 각자의 소속기관에 보고했던 내용과 국가 위기 상황에서 사태의 조기 수습을 위한 정책적 제언의 일부가 이번 의혹을 제기하는 근거가 된 것은 상당히 억울하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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