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이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를 자택으로 찾아가 만났다. 김 교수는 이날 자신의 저서 ‘백년을 살아보니’를 윤 전 총장에게 선물했다. 김 교수는 윤 전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90) 연세대 명예교수와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졌다./유튜브 팩폭시스터(조선일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투표 이전에 현안 관련 메시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각계 원로 및 전문가들과 만나거나 소통하며 정치 참여를 앞둔 ‘사전 학습'에도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윤 전 총장은 요즘 거의 칩거하고 있지만 주변에서 ‘선거 전 메시지 발신을 통해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많이 하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LH 사태’와 관련해 “망국적 범죄”라며 비판했었는데 선거와는 직접 관련이 없으면서도 국민들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공정이나 정의 계열 이슈에 대한 견해를 다시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윤 전 총장 집에 각 분야 전문가들이 보내준 책과 자료들이 매일 쏟아져 들어가 집 안이 꽉 차고 있다고 한다”며 “일부 전문가들과는 직접 소통하며 의견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101세 원로 철학자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만난 데 이어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친분이 두터운 이종찬 전 국정원장도 22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은 이 전 원장의 아들 이철우 연세대 교수와도 만났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또 다른 인사는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면서 한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만큼 따로 인사를 드리는 차원에서 이 전 원장을 뵙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면서 초등학생 시절부터 친했던 이철우 교수도 함께 만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번 선거에 야권 후보 공개 지지 여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특정 진영을 지지할 경우 보궐선거 이후 지지층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며 “윤 전 총장이 이 국면에서 급하게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지금처럼 ‘제3 지대'에만 머물 경우 과거의 제3 지대 후보들처럼 여야 모두에서 배척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4월 7일 재보궐선거 직후 당을 떠나겠다고 밝힌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접촉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정치 참여 시기에 대해 “보궐선거가 끝나고 5월 중순쯤 어떤 형태로든 의사 표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대선에 도전해 성공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순간을 잘 포착했으니까 이제 준비하면 진짜 별을 따는 것”이라며 “지금부터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런 사람이 하나 나타나면 속된 말로 파리가 많이 모이게 돼 있다”며 “잘 골라서 치울 건 치우고 받을 건 받는 걸 능숙하게 해야 성공 여부가 갈린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한번 보자고 하면 만나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