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종고속도로 노선이 예비타당성 조사와는 다르게 변경되는 과정에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토지 부근에 나들목(IC) 입지가 정해진 것으로 29일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가 과거 타당성 조사에서 책정된 공사비보다 4000억원을 증액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전 대표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서 “윗물은 맑아졌는데 바닥에 가면 잘못된 관행이 많다”고 했었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이 한국도로공사에서 제출받은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업 현황’에 따르면 2009년 11월 타당성 조사 당시 2조1971억원이던 공사비가 현재 2조5894억원으로 늘어났다. 나들목, 교량, 터널, 졸음 쉼터, 휴게소 등이 설치되면서 공사비가 4000억원가량 증가했다는 것이 도로공사 설명이다. 당초 타당성 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연기 나들목(IC) 입지도 2019년 세종시 전동면 석곡리로 확정됐다. 이곳은 이 전 대표가 보유한 세종시 전동면 미곡리 토지·자택에서 차로 6분 거리(5㎞)다.
이 전 대표는 2012년 12월 세종시 전동면 미곡리 일대 농지 1528㎡(약 463평)를 사들였다. 이 전 대표가 19대 총선에서 세종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직후로, 1억3860만원에 이 땅을 매입했다고 신고했다. 이로부터 3년 뒤인 2015년 이 전 대표 내외는 지목 변경을 통해 농지의 일부인 653㎡(약 197평)를 대지(垈地)로 전환했다. 농지가 대지로 변경되면서 2013년 단위면적(㎡)당 2만1400원이었던 이 땅은 지난해 8만6000원으로 4배 이상 땅값이 올랐다. 여기에는 172㎡(약 52평) 규모의 2층짜리 단독주택도 지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공직자 재산 신고를 보면 이 전 대표의 세종시 부동산 가격은 3억5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 뿐만 아니라 세종시 전체의 부동산 열기, 나들목 입지 확정이 이 전 대표의 세종시 부동산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현재 부동산 업계 평가다. 실제 이 전 대표의 토지와 약 50m 떨어진 세종시 미곡리 48번지는 2018년 7월 5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9월 1억원에 되팔렸다. 2년 만에 두 배로 땅값이 오른 셈이다. 현지 부동산 업자는 “연기 나들목이 들어서면 세종 북부권의 교통 여건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청주 오송 생명과학단지로 도로 건설 계획이 있는 걸로 안다”고 했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나들목 입지가 확정된 배경이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2009년 타당성 조사에서 계획에 없던 연기 나들목이 2017~2019년 설계 과정에서 생겨났다는 것이다. 도로공사 측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연기 나들목이 현재의 입지로 확정됐다는 입장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기술적·경제적인 요소를 두루 검토해서 현재의 노선으로 계획한 것”이라면서 “관계 기관 협의, 주민 설명회도 거쳤다”고 했다. 하지만 윤영석 의원은 “2019년 당시 집권 여당 대표의 집 앞으로 나들목이 입지가 확정된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겠느냐”고 했다.
이날 본지가 찾은 이 전 대표의 세종시 미곡리 땅에는 작은 텃밭과 컨테이너가 설치되어 있었다. 20여 가구가 거주하는 마을에서 운주산 자락 위쪽에 2층짜리 단독주택도 보였다. 미곡리 주민은 “이 전 대표가 매입한 이후 집과 창고를 지은 것으로 안다”며 “최근에는 내외가 맞은편 텃밭에서 인디언 감자를 심는 것도 봤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본지 통화에서 “이 전 대표는 지역구에서 시내를 피해서 한적하게 지낼 만한 산 속에 터 잡은 것”이라면서 “나들목과 아무런 관련도 없고 어디에 생기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당정은 최근 부동산 업무와 관련 없는 9급 공무원도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는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부당 이익의 최대 5배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