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보궐선거가 종료되면서 무소속 이상직 의원과 이스타항공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 4월 9일 전주지검 형사3부(임일수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횡령), 업무상 횡령,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이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실질적 오너인 이스타항공 관련 수사는 현재 서울남부지검과 전주지검으로 나뉘어있다. 서울남부지검에선 이스타항공 직원들에 대한 임금체불, 전주지검에선 선거법 위반을 비롯해 이상직 일가의 횡령·배임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주간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검찰의 이상직 수사는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이다. 현직 국회의원이자 여권 정치인에 대한 수사인 만큼 신중한 행보를 보여온 검찰도 혐의 입증에 확신이 선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3월 25일 전주지검 형사 3부는 ‘이 의원에 대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대검에 보고했지만, 대검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며 보류시킨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자 전주지검은 선거가 끝난 지 이틀 만에 이 의원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전주지검은 지난해 말부터 이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이스타항공 전현직 고위 간부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벌여왔다.
전주지검에서는 2014년 횡령·배임으로 유죄를 받은 이상직 의원의 친형 이상일씨와의 공모 여부, 이스타홀딩스의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과정에서의 횡령·배임 가능성, 이 의원 자녀의 상속세 포탈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이 사안들은 지난해 9월 국민의힘 ‘이상직-이스타 비리 의혹 진상규명특위’가 대검찰청에 고발하면서 시작된 수사들이다.
전주지검은 지난 1월 이스타항공 전·현직 관계자들을 조사해 이 의원의 조카이자 이스타항공 전 재무팀장인 이모(42)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배임) 혐의와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이모씨는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과 인수합병을 추진할 당시 ‘제주항공 협력TFT 총괄’을 맡았고 이전에는 재무팀에서 일해 온 인물이다.
지난 3월 10일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강동원)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서 이씨 측 변호인은 “회사 창업주(이상직 의원)가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라며 “실무자로서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며 굉장히 억울하다”고 밝혔다. 회사의 창업주이자 최근까지도 실직적 오너였던 이 의원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이상직 조카 “이상직이 시켰다”
이씨 측 변호인은 “공소 사실을 보면 이 사건 범행은 이 의원이 주도적으로 했고 이로 인한 경제적 이득도 이 의원이 얻은 것으로 돼 있다”며 “그런데도 정작 이번 사건 수사의 최정점에 있는 이 의원은 기소도 안 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검찰의 공소장에 적시된 사실들의 ‘주어’는 이상직 의원인데, ‘술어’에 나타나 있는 이씨가 모든 혐의를 떠안고 있다는 억울함을 밝힌 것이다.
이씨는 2015년 12월 이스타항공 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540억원 상당의 이스타항공 주식 520여만주를 그룹 내 특정 계열사에 100억원가량에 매도해 440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이스타항공 그룹 계열사의 채권 가치를 임의로 상향하거나 하향 평가하고 채무를 조기에 상환하는 방법으로 계열사에 약 6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2015~2019년에는 이스타항공 계열사들의 자금 38억원을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이씨에게 적용한 혐의의 금액을 합하면 500억원이 넘는다. 검찰의 기소 사실이 재판에서 그대로 인정된다면 중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이씨의 진술이 ‘윗선’인 이상직 의원에 대한 구속수사 역시 불가피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족이자 자신이 모셨던 상사인 이 의원을 겨냥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진술한 만큼 이 의원에 대한 검찰의 혐의 입증이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이스타항공과 ‘타이이스타젯’의 관계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타이이스타젯은 이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사위 서모씨를 취업시킨 것으로 알려진 회사다. 2017년 2월 설립된 타이이스타젯은 자본금 2억바트(약 76억원)로 태국인 2명이 99.98%, 한국인 1명이 0.02%의 지분을 각각 보유한 회사였다. 시험운항까지 하며 정식 취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1년여 전부터 회사의 활동이 중단됐고 흔적도 찾을 수 없게 ‘행방불명’된 상태다. 야당에서는 정부가 2018년 이상직 의원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해준 대가로 이 의원이 서씨를 타이이스타젯에 취업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타이이스타젯’ 자본금은 누가 조달했을까
이러한 의혹에 대해 이 의원은 2019년 중기공단 이사장 시절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타이이스타젯은) 이스타항공과 무관한 회사”이며 “(타이이스타젯에는) 조언만 해줬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이 타이이스타젯의 항공기 리스요금을 지급보증하고 있었다는 점, 이스타항공 채권자 목록에 타이이스타젯의 대표 박모씨의 채권이 신고된 사실이 밝혀졌다. 두 회사를 두고 “무관한 회사”라던 이 의원의 해명은 사실상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주간조선이 확인한 이스타항공의 회생담보권자, 회생채권자, 주주·지분권자 목록에는 이스타젯에어서비스(이스타항공 태국 총판매대리점)가 전환사채 65억여원과 상거래 채권 5억여원 등 총 70억3000만원이 넘는 채권을 신고했다.
타이이스타젯과 관련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은 설립 2년도 채 되지 않아 행방불명된 ‘페이퍼컴퍼니’를 누가 왜 설립했는지, 자본금 76억원은 어디서 어떻게 조달됐는지 여부다. 이 의원이 이스타항공과의 관계를 극구 부인하며 국정감사장에서 거짓 해명까지 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이상직 의원에 대한 수사와 별개로 새로운 인수자를 통해 매각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5월 20일까지 입찰자가 포함된 회생계획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이스타항공은 4월 중순경 매각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이스타항공은 공개 입찰 전 예비 인수자를 먼저 정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의 매각을 시도해왔다. 스토킹 호스는 예비 인수자가 나타나더라도 공개 입찰에서 조건이 더 좋은 매수 의향자가 나타나면 매수자를 변경할 수 있는 방식이다. 김유상 대표가 ‘법정관리인’ 자격으로 회생절차를 준비 중에 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김 대표와 소수의 직원만이 남아 회생절차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상직 의원과는 이미 몇 달째 교류가 없는 상태라고 한다. 김 대표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기존 대주주(이상직 의원)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게 몇 달 됐다”며 “이상직 의원을 위해 회사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고, 그도 회사를 위해서 해줄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사실상 ‘각자도생’ 중이라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