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귀국길에 중국 측에 한미정상회담 내용을 설명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소셜미디어(SNS)에 썼다가 삭제한 것으로 23일 나타났다. 정상간 외교내용을 보고하는 것은 속국(屬國)이 지배국에게 할 법한 일이란 역풍이 일었기 때문이다.
소 의원은 전날 트위터·페이스북에 “문 대통령 귀국길에 주요 수행원 중 한 사람은 중국에 들러 회담과 관련해 설명해줬으면 좋겠다”고 썼다. 이는 소 의원이 이번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자극할만한 ‘대만해협’문제가 포함된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명시했다. 한미 공동성명에 대만이 명시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최근 미일(美日)공동성명에서 대만문제가 포함된 것도 52년만일 정도로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안이다. 그간 미국은 중국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려 각종 회담에서 대만해협 문제를 언급했지만, 우리 측은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피하는 분위기가 컸다.
또 한미는 성명서에서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 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역시 중국이 거론 자체를 꺼리는 민감한 문제다. 그러자 소 의원이 한미 정상이 이 같은 내용에 합의한 것에 대해서 문 대통령 ‘주요 수행원’이 귀국길에 중국으로 찾아가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 의원 SNS에는 “우리나라가 중국의 속국이냐” “중국에 들러서 뭘 설명하란 것인지 (소 의원이)설명하라” “시진핑에게 외교기밀을 보고하란 얘기냐” “중국에서 정치자금 뒷돈을 받느냐” “중국 첩자냐”는 댓글이 빗발쳤다. 비난이 일자 소 의원이 SNS에서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캡처한 사진을 댓글에 붙이면서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소 의원은 게시물을 삭제한 배경에 대해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 방미성과가 깎일 수 있다는 지적에 글을 내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