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장남 김모(29)씨가 2017년 8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자부품연구원(현 한국전자기술연구원)에 채용될 당시 요구하지도 않은 아버지의 직업을 입사 지원서에 기재한 것으로 25일 나타났다. 김씨가 쓴 자기소개서와 관련해서도 야당은 “내용이 부실해 합격할 만한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이 한국전자기술원에서 받은 김씨의 입사 지원 서류를 보면 ‘가족사항’에 ‘부(父) 김오수 54세 대졸 검사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전자부품연구원이 홈페이지에 올린 당시 입사지원서 양식에는 ‘가족사항’은 관계·성명·연령·동거 여부 네 항목만 적게 돼 있다. 전자부품연구원은 그해 5월 채용 때까지는 입사 지원서에 가족의 학력과 직업도 적도록 했지만, 그 이후로는 이름과 나이, 동거 여부만 쓰도록 양식 자체를 바꿨다. 하지만 김씨는 예전 양식의 지원서를 제출했고, 전자부품연구원은 별다른 조치 없이 그를 합격시켰다.
김씨는 자기소개서에서도 아버지 직업을 다시 언급했다. 야당은 “자기소개서 내용 자체도 합격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하고 있다. 김씨는 ‘성장과정 및 학업생활’ 항목의 첫 문장을 ‘아버지 직업상 10대 초까지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오가며 생활했고…’라고 썼다. ‘생활신조’와 ‘장래 포부’ 항목은 각각 1문장과 2문장으로 썼는데, ‘생활신조’ 항목에는 “폼생폼사, 어떤 부분에서든 인정받을 수 있도록 폼나게 살며 죽자”라고 했다. ‘낮선(낯선의 잘못) 환경’ ‘기대에 부흥(부응의 잘못)’ 등 맞춤법이 틀린 곳도 있다. 김씨가 6개 항목을 묻는 자기소개서에 쓴 분량은 A4 용지 한 장이다. 토익 등 외국어 점수를 입력하는 ‘외국어’ 항목은 비워뒀고, ‘경력사항’에는 중식당에서 견습보조로 서빙을 했다고 썼다. ‘비상근전문계약직원’으로 지원한 김씨는 서류 전형을 통과한 뒤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했다. 이곳은 정규직만큼 입사 경쟁률이 높지는 않지만,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이직을 위해 경력 쌓기에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고, 전자부품연구원에서 1년 8개월가량 근무한 뒤 2019년 한 중견기업으로 이직했다. 전주혜 의원은 “김씨가 평범한 가정의 지원자였다면 저런 무성의한 자기소개서로는 절대 공공기관에 합격할 수 없다”며 “조국 전 장관의 자녀들처럼 ‘아빠 찬스’를 이용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