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9일 실시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12일부터 시작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240일 이전’인 12일부터 내년 2월 12일까지 대선 예비후보자 등록신청을 받는다.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려면 기탁금 6000만원을 납부하고, 피선거권·전과기록·정규학력 증명서를 중앙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여야(與野) 대선후보군은 20명에 달한다.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예비경선(컷오프)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낙연 전 대표, 박용진·김두관 의원(기호순) 등 6명을 대선 예비후보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양승조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가 이번 컷오프에서 탈락하면서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는 종전 8명에서 6명으로 줄었다. 예비경선 여론조사는 지난 9일부터 사흘간 권리당원 1200명(50%), 일반국민 1200명(50%) 대상으로 진행했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9월 5일로 예정된 본경선까지 50여일간의 최종 경쟁에 돌입한다. 본경선에서 과반(過半) 득표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득표율 1·2위 후보가 9월 11일로 예정된 결선투표에서 맞붙는다.
야권에서는 대선주자가 14명에 이른다. 국민의힘에서는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황교안 전 대표, 하태경·윤희숙·김태호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장기표 김해을 당협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 밖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장성민 전 의원이 거론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야권에선 유례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전개될 전망이다.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윤 전 총장은 대리인을 통해 12일 중앙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한다. 윤 전 총장 측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만큼 예비후보 등록을 늦출 이유는 없다”고 했다.
이재명 “尹검증은 본인만” 이낙연측 “혜경궁 김씨로 불똥 튈까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대선 주자 배우자에 대한 도덕성 검증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이 지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와 관련된 논란에 “가급적 검증은 후보자 본인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하자 이 전 대표는 “가족에게도 엄중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맞받았다. 정세균 전 총리도 “가족과 측근에 대한 검증은 정권의 도덕성과 청렴성에 직결된 문제”라며 이 지사를 비판했다.
김건희씨는 과거 ‘쥴리’란 이름으로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의혹,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등으로 여권의 집중 검증 공세를 받고 있다. 그런데 여권 대선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이 지사는 11일 보도된 언론 인터뷰에서 김씨 논란과 관련해 “결혼 전 문제까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문제 삼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물론 아내가 부정한 행위를 했는데 비호했다면 후보 본인의 문제”라며 “가급적이면 본인의 문제로 한정해서 무한 검증을 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이 지사는 이날 민주당 컷오프(예비경선) 결과 발표 후에도 기자들에게 “결혼 전 일을 결혼 후 남편이 책임지게 하면 그건 좀 심하지 않나”라며 “결혼 전 일들이 결혼 후까지 이어져서 본인이 책임질 만한 상황들이 있었다면 철저하게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의 이런 입장을 두고 정치권에선 “뜻밖”이란 반응이 나왔다. 이 지사는 그동안 ‘김빠진 사이다’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여권 대선 주자들에 대한 공격은 자제했다. 하지만 야권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윤 전 총장에 대해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실제로 이 지사는 최근 윤 전 총장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대해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자 “일본 극우의 논리로 원전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다”며 맹공을 가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지사가 윤 전 총장 아내 검증 문제에 대해 유화적이란 느낌을 주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여권 일각에선 이 지사의 이런 태도가 본인의 아내 논란을 의식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지사가 도지사에 처음 출마한 2018년 친문 지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 등을 비방한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의 주인이 이 지사 아내 김혜경씨라고 주장하며 ‘후보 사퇴’와 ‘출당’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이낙연 캠프의 정운현 공보단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가 ‘혜경궁 김씨’ 건과 본인의 논문 표절 건으로 불똥이 튀는 걸 우려하는 건 아닐까”라며 “영부인에게 인력과 예산이 지원되는데, 이건 (이 지사의) 무슨 오지랖이냐. 쥴리는 든든한 호위무사가 생겨서 좋겠다”고 했다. 이 지사가 이번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혜경궁 김씨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것을 차단하려고 윤 전 총장 아내 의혹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취지다.
이 전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가족은 국가의 얼굴”이라며 “사생활은 보호해야 옳지만, 위법 여부에 대해선 엄중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에도 윤 전 총장 아내 관련 의혹에 대해 “그런 상태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건 제 상식으로 용납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이 지사의 말씀은 조국 가족을 탈탈 털던 윤석열씨의 아내와 장모 비리를 덮고 가자는 것이냐”고 했다. 그러나 이 지사 측은 “대선에 나선 이 지사가 ‘혜경궁 김씨’ 논란을 덮기 위해 이런 발언을 했겠나”라며 “정정당당한 경쟁을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