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일부 대선 주자들이 26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 캠프에 참여한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게 당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왔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 윤석열계 의원들은 이날 윤 전 총장 입당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입장문에는 국민의힘 의원 40명이 이름을 올렸다. 윤 전 총장이 전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입당 가능성을 시사하자 친윤계와 반윤계 사이에 세(勢) 대결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은 이날 국민의힘 전직 의원 등을 캠프에 영입한 윤 전 총장 측을 향해 “비겁하다”고 했다. 최 전 원장 측 관계자는 “국민의힘과 철학이 같다면 당연히 입당해 선거 운동을 해야지, 당 밖에 머무른 채 사람만 빼가겠다는 것은 비겁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무소속 지대에 머물고 있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인사들을 캠프에 영입한 것은 정치 도의상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의자 하나 건너 윤석열과 추미애… 서로 눈길도 안줬다 - 26일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서 진행된 월주(月珠) 스님 영결식에 참석한 윤석열(맨 오른쪽) 전 검찰총장과 추미애(맨 왼쪽) 전 법무장관이 같은 열에 한 자리 건너 앉아 있다. 지난해 현직에 있으면서 여러 차례 충돌한 두 사람은 이날 서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연합뉴스

홍준표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 측에서도 반발 조짐을 보였다. 홍 의원과 가까운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윤 전 총장 캠프 구성과 관련해 “당내 주자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나 시비 논란이 없도록 국민이 납득하는 방향으로 조치하겠다”고 했다. 유 전 의원 측 인사는 “현직 당협위원장들이 당 밖 인사의 대선 캠프에 합류하는 것은 해당 행위”라고 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도 “윤석열 캠프에 참여한 국민의힘 인사들은 당직 사퇴로 결자해지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일부 당내 주자들의 반발 조짐이 일자 한기호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윤 전 총장은 아직 입당하지 않은 상황으로, (국민의힘 인사가) 캠프 편성에 참여했다는 건 후보에게 조언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며 “당협위원장 사퇴 사유가 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도 일부 국민의힘 인사의 윤 전 총장 캠프 합류를 “백해무익한 행동”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사무처는 전날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이학재·박민식 전 의원과 김병민 전 비상대책위원, 함경우 전 조직부총장 등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사들에게 소명서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국민의힘 인사들은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의 가교 역할을 하려는 인사들을 해당 행위자로 모는 건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국민의힘 내 친윤계 의원들은 이날 윤 전 총장 입당을 촉구하는 집단 성명을 냈다. 권성동 의원이 주도한 ‘입당 촉구 연판장’에는 현역 의원 40명이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 의원 103명 중 절반 가까운 규모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선 “친윤파가 윤 전 총장 입당 모양새를 만들면서 당내 견제 세력을 향해 세 과시에 나선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윤희숙 의원 등 일부 대선 주자는 윤 전 총장 방어 대열에 섰다. 원 지사는 페이스북에서 “당 안에 있든 밖에 있든 정권 교체에 힘을 합칠 사람은 적이 아니라 동지”라고 했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을 견제하거나 입당을 압박하거나, 이에 반발하여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인사는 “‘윤석열·원희룡·윤희숙 대(對) 홍준표·유승민·최재형’ 대립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며 “윤 전 총장 입당 후 경선전이 시작되면 치열한 세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9일 당내 대선 주자 전원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