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앞두고 있는 대선주자들은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2일 각 주자들 캠프에 물었다. 외국 지도자의 리더십을 다룬 평전부터 MZ세대의 정서와 애환이 담긴 문학, 과거와 현재 집권 세력의 문제점을 지적한 비평서까지 다양한 답이 돌아왔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홍준표 의원은 최근 각각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1911~2004) 전 대통령과 영국의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총리에 관한 책을 읽었다고 한다.
최 전 원장이 읽은 책은 미국 정치학자 폴 켄고르가 레이건 보수주의의 11가지 원칙에 대해 쓴 ‘레이건 일레븐’이다. 책에 등장하는 레이건 보수주의의 원칙은 자유, 신앙, 가정, 인간 생명의 신성과 존엄성, 미국 예외주의, 국부들의 지혜와 비전, 낮은 세금, 제한된 정부, 힘을 통한 평화, 반공주의, 개인에 대한 믿음이다. 최 전 원장은 오는 4일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는데, 출마 선언문에 담을 비전과 가치를 고민하기 위해 이 책을 고른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영국 총리인 보리스 존슨이 쓴 처칠 평전인 ‘처칠 팩터’를 읽었다. 존슨은 이 책에서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는 처칠이 존재할 수 있었던 수많은 요인(factor)을 분석했다. 존슨이 꼽은 처칠 리더십의 핵심은 ‘위험을 기꺼이 무릅쓰는 용기’다. 홍 의원 측근은 “신념대로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처칠의 모습에서 진정한 지도자상을 본 것 같다”고 전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는 MZ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문학 작품을 읽었다. 2030세대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고른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은 김민섭(38) 작가가 쓴 에세이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를 골랐다. 이 책에는 청년들이 선한 영향력을 갖고 연대하는 일화 4개가 담겼다. 유 전 의원은 “공정과 불평등이 화두인 이 시대에 작가가 MZ세대에게서 본 새로운 희망이 ‘선함’”이라며 “그 선함이 따뜻한 공동체의 바탕이 될 거라는 희망을 갖게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학 시간강사 출신인 김 작가는 2015년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한 수필집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출간했고, 이후 대리운전기사를 하며 겪은 일을 ‘대리사회’라는 책으로 냈다. 유 전 의원은 두 책도 모두 읽었다고 한다.
원 지사는 장류진(35) 작가의 첫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를 읽었다. 청년들이 가상화폐에 투자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이다. 원 지사는 “책을 읽으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MZ세대들이 왜 좌절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탈출구로 가상자산에 몰두하면서 어떤 상황에 처하고 있는지에 대해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원 지사는 지난 5월 “가상화폐 열풍 현상을 이해하고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며 100만원을 직접 투자하기도 했다.
하태경 의원과 윤희숙 의원은 각각 현 집권 세력과 권력 구조를 비판한 책을 읽었다. 하 의원은 조선시대 사람의 위선과 대한민국 586의 내로남불이 닮았다고 지적한 ‘사림, 조선의 586’(저자 유성운)을, 윤 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비판한 ‘청와대 정부’(저자 박상훈)을 최근에 읽었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입당 전후로 여러 일정을 한번에 소화하느라 최근에는 책을 읽지 못했다”며 양해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