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면서 영장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피의자로 적시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 전 총장은 “공수처의 대선 개입” “망신 주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공수처의 김웅 의원 사무실 압수 수색과 관련해 “공수처의 대선 개입 시도”라고 했다. 이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공수처가 수사 시작의 기초적인 구성 요건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추석을 앞두고 수사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한 압박에 무리한 수사를 벌이는 것 아니냐”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상당한 책임을 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압수 수색을 진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공수처장은 답해야 한다”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야권 유력 대선 주자를 흠집 내기 위해 공수처가 아니면 말고 식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울산 선거 공작 시즌 2′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심각한 야당 탄압”이라며 “우리 당으로 들어온 공익 제보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정당의 문제지 공수처가 개입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한 인터넷 매체의 ‘윤석열 검찰의 야당을 통한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 제기 외에 윤 전 총장이 연루된 단서가 드러난 게 없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윤 전 총장을 피의자로 영장에 적시한 것은 정치적 공격이란 의심을 갖게 한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들은 이날 압수 수색이 진행 중인 김웅 의원 사무실을 찾아 공수처 관계자들에게 영장 집행 적법성 등을 따져 물었다. 이날 오전 10시 10분쯤 시작된 김 의원 사무실 압수 수색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공수처 수사관들에게 항의해 중단됐고, 공수처 수사관들은 국민의힘 측과 대치를 벌이다 오후 9시 20분쯤 철수했다.
국민의힘 김재원 공명선거추진단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은 손준성 검사로부터 김웅 의원에게 문제의 고발장 사진이 전달됐는지가 확인돼야 김 의원에게 어떤 범죄 혐의가 있는지를 수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야말로 공수처의 정치쇼”라고 했다. 아직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문제의 파일을 전달했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을 고발 사주 혐의로 입건한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현직 야당 의원에 대해 무자비하고 불법적인 압수 수색도 모자라, 제1야당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해 가정과 추측에 근거한 속전속결 입건을 밀어붙인단 말이냐”며 “오늘 공수처를 앞세운 문재인 정권의 만행을 국민은 똑똑히 지켜보았고, 역사에 반드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의혹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기대돼야 압수 수색도 하고 사람을 불러 조사도 하는 것”이라며 “(공수처의 입건 조치는) 보여주기이자 망신 주기”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런 일이 있을 때 여야 관계 없이 제대로 해왔으면 그런 얘기가 나왔겠느냐”며 “자기들(여권) 사건에 대해서는 안 하고 뭉개니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권력 실세에 대한 수사에는 미적거리던 공수처와 검찰이 야당 대선 주자에 대해서는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윤 전 총장은 공수처가 자신을 입건한 데 대한 취재진 질문에는 “입건하라 하십시오”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본지 통화에서 “내가 26년 동안 수사를 했는데, 이번 수사는 어이가 없다”며 “공수처는 국민 관심을 입건 기준으로 삼는 모양이다. 공수처가 정치 공작에 이용되지 않기 바란다”고 했다. 검사 출신인 윤 전 총장 캠프 박민식 전 의원은 “예민한 대선 경선 국면에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보도를 기반으로 야당 주자를 피의자로 입건한 것은 정치 공작의 마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윤 후보 이미지를 손상하기 위해 여권은 물론 검찰과 공수처가 혈안이 돼 있다”며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데 대해 김진욱 공수처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