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택지 개발 이익을 환수하겠다”며 추진한 경기 성남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이익금 상당액이 특정 개인이 지분을 100% 소유한 회사에 돌아가면서 정치권에서 공공 환수 취지가 퇴색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장동 개발을 위해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가 2015년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에 참여한 민간 시행 업체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최근 3년 사이 해마다 100억~200억원대 배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천대유는 성남의뜰이 민간 사업자를 공모한 시기에 설립된 신생 업체다. 얼마 전까지 언론사 간부로 재직한 A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은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일대 92만467㎡(약 27만8000평)에 주택 5903가구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올해 상반기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이 지사가 2014년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하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 사업자가 특수목적법인(성남의뜰)을 공동 설립해 개발하는 방식으로 본격 추진됐다. 이 지사는 2017년 이 같은 사업 방식에 대해 “개발이익금의 사회 환원이라는 지역 개발 역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특수목적법인에 보통주 지분 14%를 갖고 참여한 화천대유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577억원을 배당받았다. 이 회사 출자금은 5000만원이고, 금융권으로부터 수천억원대 차입금을 빌려 회사 운영 자금으로 썼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애초 공공이 환수하겠다는 취지가 다소 퇴색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성남의뜰 우선주 지분 54%를 보유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9년 1820억원을 배당받았지만, 2020년에는 배당을 받지 않았고, 올해는 8억원만 배당받았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은 “공모 등을 거쳐 적법하게 진행됐고 특혜는 없었다”고 했다. 화천대유 측도 “정당한 사업 활동”이라고 했다.
성남의뜰은 2015년 7월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을 위해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공동으로 출자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화천대유 측은 “당시 3개 컨소시엄이 공모에 참여했는데, 우리는 하나은행이 주도한 컨소시엄에 참여했고 평가 결과에 따라 시행사로 선정됐다”고 했다. 다만 성남시가 “택지 개발 이익을 환수하겠다”고 공언한 것을 감안할 때 성남의뜰에 참여한 화천대유 배당금만 수백억원대에 달해 지역 정가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화천대유 지분 100%를 보유한 대주주가 지난달 말까지 현직 언론인으로 활동했던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시행사로 선정된 성남의뜰은 우선주와 보통주를 나눠 주주를 구성했다. 우선주는 성남도시개발공사(53.76%), 하나은행(15.05%), KB국민은행(8.6%), 기업은행(8.6%) 등이 보유하고 있다. 보통주는 화천대유가 14.28%, SK증권이 85.72%를 보유했다. SK증권이 소유한 주식은 모두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1~7호가 나눠서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 측 관계자는 “천화동인 1호는 화천대유의 자회사이고, 2~7호는 투자자 성격으로 참여한 이들이 만든 별도 회사”라고 했다. 사실상 화천대유가 보통주 절반 가까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 감사 보고서를 보면 화천대유 매출액은 2017년 18억원에서 2020년 6970억원으로 늘었다. 3년 사이에 매출이 6952억원 증가한 것이다. 영업이익은 2017년 16억원 적자에서 2020년 1479억원으로 늘었다. 현재 화천대유 직원은 16명이다. 성남의뜰 매출액은 2018년 1조187억원에서 2020년 5082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영업이익은 2017년 3818억원에서 726억원으로 줄었다. 화천대유 관계자는 “우리는 토지를 취득해서 가공한 다음 판매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수익은 땅을 판 시점에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환수한 이익은 배당금 1800여억원과 현물 등을 포함해 5500억원대로 알려졌다.
3년간 총 577억원을 배당받은 화천대유는 A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화천대유는 2015년 2월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 관련 민간 사업자 공모를 냈던 시기에 설립됐다. 또한 지난달 말까지 한 언론사 간부로 재직한 A씨는 사업에 참여할 때는 동생 명의로 화천대유 지분 100%를 갖고 있었고, 3년 전쯤 명의를 자기 앞으로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지역 관계자들 사이에선 “A씨가 지분을 동생 명의로 보유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말이 나온다. A씨 측은 본지 통화에서 “A씨는 애초 대장동이 민간 개발 형태로 추진될 때 70억~80억원을 끌어다 투자했는데 사업이 무산돼 금전적 손해를 봤고 개발 방식이 공공·민간 공동 개발로 바뀐 후 공모에 참여해 선정된 것”이라고 했다. 현직 언론인이 부동산 사업을 벌인 데 대해서는 “기자로서는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천대유가 3년간 577억원을 배당받은 것에 대해서도 업계에선 “부동산 시행업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천대유 관계자는 “제조업처럼 생산 설비가 필요하지 않다 보니 출자금이 적은 것”이라며 “출자금이 회사 매출이나 영업이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A씨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하기 7개월 전인 2014년 7월 기자 자격으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인터뷰했다. A씨 측은 “취재 활동 중 이 지사를 몇 번 만난 적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다”라며 “인터뷰 때는 대장동 개발 사업이 어떤 식으로 될지 결정되기도 전이었다”고 했다. A씨 측은 “민간 개발로 진행했으면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 지사의 개발 방식 때문에 더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신생 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된 데 대해 “외압 여지를 없애려 공개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했기 때문에 특정 업체가 낙점될 수 없는 구조이며, 당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며 “선정 절차 전반을 모두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전담했기 때문에 이 지사가 자세한 과정을 아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화천대유 실소유주가 회사 설립 7개월 전 이 지사와 인터뷰한 것과 관련해선 “그 기자가 인터뷰하고 나서 회사를 설립할지 입찰 과정에 참여할지를 어떻게 지사가 알 수 있었겠느냐”며 “이 지사와 A씨는 사적인 관계가 없는 걸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