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은 대장동 210번지 일대 92만467㎡(약 27만8000평)에 주택 5903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판교신도시에서 남쪽으로 3㎞ 떨어진 대장동 택지는 2004년 개발 추진 당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영으로 개발하기로 했으나 이후 민간 개발로 변경됐다. 하지만 국회의원 친·인척 뇌물 의혹 등 논란을 겪은 뒤 2014년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이재명 지사가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 사업자가 특수목적법인(성남의뜰)을 공동 설립해 개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 개발 이익 공공 환수를 내걸고 이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최근 입주가 시작되자 정치권과 부동산 업계에서는 “소수가 수천억대 이익을 챙겼다” “이익의 공공 환수 취지가 퇴색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은 최근 3년간 지분 50%를 보유한 대주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1830억원을 배당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적은 지분을 보유한 화천대유(1%)와 SK증권(6%)에는 같은 기간 577억원과 3460억원을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의뜰 법인 등기부를 보면 우선주의 53.76%를 보유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누적 배당금이 1822억원이 될 때까지 1순위로 배당받고, 우선주에 주고 남는 이익금은 모두 보통주에 배당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보통주를 각각 14.28%와 85.72%를 가진 화천대유와 SK증권도 성남도시개발 못지않게 배당을 받게 된 것이다.
정상적인 계약에 따른 배당이지만, 성남의뜰 지분을 보유한 SK증권이 개인 투자자 7명으로 구성된 ‘특정금전신탁’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소유주는 SK증권이 아니라 SK증권에 ‘성남의뜰에 투자해달라’고 돈을 맡긴 투자자 7명이라는 것이다. 이 7명은 화천대유 지분 100%를 소유한 언론인 출신 A씨와 그가 모집한 개인 투자자 6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A씨와 관련된 인물이 모두 성남의뜰 보통주를 보유하고 4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나눠 갖는 구조다.
A씨 측은 13일 본지 통화에서 “애초 투자자를 10~20명 모으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6명만 투자에 참여했다”며 “A씨를 포함해 7명이 ‘천화동인 1~7호’ 등 법인 7개를 하나씩 만들었다”고 했다. 천화동인 1호는 A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화천대유 자회사고, 나머지 2~7호는 개인 투자자 6명이 하나씩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천화동인 1~7호에 친동생과 부동산 전문 변호사 자격을 가진 친구를 법인 등기 이사로 임명해 회사를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부 특혜를 받은 개인이 합법을 가장해 이 사업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A씨 측은 화천대유와 SK증권이 2019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받은 배당금에 대해서는 “사업 초기인 2015년부터 3년여 동안 사업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백억원을 사업에 투자했고, 그 당시 리스크를 부담한 대가로 2019년부터 배당을 받기 시작한 것”이라며 “지금에 와서 보면 부동산 가격이 올랐고 분양도 잘되고 있지만, 지금의 잣대로 사업 초기에 들어간 투자금이 별것 아니라고 봐선 안 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A씨 등 7명이 직접 투자하지 않고 SK증권을 통해 우회 투자하는 것은 신원 노출을 피하려 한 것이란 말이 나온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회계사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하면서 별다른 이득도 없는데 굳이 수수료만 내야 하는 SK증권을 통해 투자한 것은 주주로 이름을 올리면 신원이 공개될 것을 우려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공개 주주로 참여시키면 내 사업 운영에 주주 자격으로 간섭할 것 같아 SK증권 신탁 투자 형태로 아는 사람 6명을 모은 것”이라고 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을 위해 설립된 화천대유에는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가 고문 변호사로 활동했고, 이 법조인의 딸 B씨도 최근까지 5년가량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화천대유에서 토지 보상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천대유 소유주인 A씨는 2016년 B씨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인 법조인과 상의했다고 한다. A씨 측은 “B씨는 국제회계사 자격을 가진 관련 전문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