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4강’ 광주서 토론회 -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11일 광주광역시 KBS광주방송총국에서 열린 호남권 합동 토론회에서 이준석(가운데) 대표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전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이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김영근 기자

국민의힘 본 경선 후보 4명이 11일 광주(光州)에서 첫 TV 토론을 했다.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가나다순) 후보는 탐색전을 벌이면서 각자 장점을 내세워 상대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홍준표 의원이 전술핵 재배치와 핵 공유를 주장하자 윤석열 전 총장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해주는 꼴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맞섰다. 유승민 전 의원은 복지 등 경제 정책을 내걸고 윤 전 총장에게 공세를 가했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공격했다. 윤 전 총장은 “다른 후보들의 정견을 듣고 싶다”며 로키로 대응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토론 후반에 유 전 의원이 역술인 논란을 제기하자 “비방성 논의가 오간 데 유감”이라고 맞받는 등 신경전도 벌어졌다.

원희룡 전 지사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대량살상무기가 대장동에 장착되고 있다”며 “이것을 해체해야만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고 했다. 원 전 지사는 대장동 개발 의혹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어 ‘대장동 의혹 1타 강사’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는데, 이날도 이 후보 공격에 앞장섰다.

유승민 전 의원은 경제 전문가임을 강조하며 “이재명 지사를 확실히 이겨서 국민 여러분의 먹고사는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겠다”고 했다. 대구 지역에서 4선을 한 유 전 의원은 “호남과 영남을 아우르는 지역에 ‘반도체 미래 도시’를 건설하겠다”며 “대구와 광주 사이에 달빛내륙고속철도가 생기면 반도체 미래 도시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정책 관련 발언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윤 전 총장은 “코로나 국난 극복을 위해 가장 먼저 국민 통합이 필요하다”며 “나부터 앞장서겠다. 그 바탕 위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도약을 이룩하자”고 했다. 윤 전 총장 주도권 토론 순서 때 홍준표 의원이 “(어떤 질문 할지) 긴장된다”고 하자 윤 전 총장은 “공격성 질문은 아니다. 각 후보의 정견을 듣고 싶다”고 했다.

홍준표 의원은 전술핵 배치와 핵 공유를 주장했다. 홍 의원은 “세계 핵 질서를 미국이 통제하지만, 통제가 안 되는 나라가 북한”이라며 “외교적 수단으로 해도 안 되고, 군사적 수단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앞서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할 당시 자신과 같은 주장을 했다가 입장을 번복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번복하지 않았다”며 “전술핵 재배치와 핵 공유는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해주는 꼴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

토론 막판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향해 역술인과의 친분, 아내·장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제기하며 몰아붙였다. 유 전 의원은 지난 토론회에 이어 윤 전 총장이 ‘정법’이란 사람과 가깝다는 의혹을 거듭 거론하며 “검찰총장 사퇴나 국정 농단 수사 때도 정법으로부터 조언을 받았느냐”고 했다. 윤 전 총장이 “아니다”라고 하자 유 전 의원은 ‘정법을 만났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정법을 몇 번 (만났고) 좀 오래됐다”고 했다. “아내와 같이 만났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이 “정법 유튜브를 보니 내용이 무지 황당하다”고 하자, 윤 전 총장은 “내가 그런 (황당한) 말을 믿을 거라 생각하느냐”라고 되물었다. 윤 전 총장은 토론회 마무리 발언 때 “비방성 논의가 오간 것에 대해서는 참 유감”이라고 했다.

네 후보 모두 호남 표심을 잡기 위한 구애 발언도 이어 갔다. 원 전 지사는 “지역 내 여러 정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호남특임장관’을 임명하겠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을 이용해서 전주와 전라북도가 제3의 금융허브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전남은 우주산업의 선도지역으로, 전북은 새만금 국제투자진흥지구로 만들겠다”고 했다. 홍 의원은 “홍준표는 호남의 사위”라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무안공항을 김대중 공항으로 바꾸고 글로벌 관문공항으로 만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