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고재환 대표가 최근 대학 동문 변호사와 통화하면서 “성남의뜰 자산관리사(AMC)인 화천대유가 검찰 압수 수색 전에 성남의뜰 이사회 회의록 등 관련 자료들을 삭제했고, 사무실 컴퓨터도 교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의혹을 언론이 보도한 지 16일이 지난 9월 29일에야 화천대유 본사,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성남의뜰에 이어 성남시청에 대해서도 수사팀 구성 2주 만에 압수 수색을 했다. 이 때문에 의혹 관련자들이 증거를 인멸·조작하거나 서로 입 맞추기에 충분한 시간을 검찰이 벌어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고씨는 지난 14일 변호사 A씨와 20여 분간 통화하면서 성남의뜰 이사회 회의록 존재 여부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통화한 A씨는 고씨와 성균관대 법대 동문이다. A씨는 본지에 “고씨가 자료 삭제 이야기를 화천대유 측에서 들었다고 한다”며 “고씨는 ‘화천대유에서 이사회 회의를 주재했기 때문에 관련 자료 역시 화천대유가 모두 관리해왔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A씨는 본지에 “고씨가 당시 통화에서 ‘성남의뜰 이사회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는데, 자주 참석하며 회의를 주도한 사람이 있었다. 당시는 누군지 몰랐는데 최근 언론에 나오는 얼굴을 보니 유동규 전 본부장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성남개발공사는 대장동 개발 사업 주관사인 ‘성남의뜰’에 우선주 ‘50%+1′주를 보유한 공공 부문 파트너로 참여했다.

그동안 성남개발공사, 화천대유는 성남시의회의 회의록 공개 요구에 “영업상 비밀 및 개인 정보가 포함됐고, 비밀 유지 의무를 위배할 경우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며 거부해왔다. 성남의뜰 이사회 회의록에는 유동규 전 본부장 등 공사 관계자들이 ‘화천대유 이익 몰아주기’에 동조하는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는 이 통화에 대한 해명을 들으려 고씨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와 관련, 화천대유는 법률대리인 방정숙 변호사를 통해 전한 입장에서 “성남의뜰 이사회 회의록을 삭제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컴퓨터를 교체한 사실도 없다”며 “회의록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성남의뜰 측 모두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폐기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