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21년 11월 3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방문해 청년 창업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대선을 99일 앞둔 30일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대선 후보에 대한 리더십 문제가 불거졌다. 한 달 가까이 계속되는 선거대책위원회 인선 갈등, 윤 후보 측근을 둘러싼 ‘문고리 전횡’ 공방, 윤 후보의 정책과 비전 부재 논란 등 리더십 문제가 누적돼 초유의 당 대표 당무 거부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우선 윤 후보는 지난 5일 대선 후보로 선출되고 3주가 넘도록 선대위 인선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특히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영입 문제를 3주 가까이 끌었지만 무산됐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 측이 짠 선대위 인선안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지난 24일 김 전 위원장을 직접 만났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윤 후보는 총괄 선대위원장 자리를 비워두고 ‘김종인 없는 선대위’를 개문발차했다.

선대위 인선 난맥상은 김종인 전 위원장 문제로 국한되지 않았다. 윤 후보가 발표한 선대위 총괄본부장급 인사에서도 새로운 인물보다는 중진 정치인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결국 대선 후보는 인사를 통해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데 선대위 인선은 윤석열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 측이 선대위 인선 등에서 이 대표를 소외시키고 있다는 이른바 ‘이준석 패싱’ 논란도 분란을 키웠다.

윤 후보는 경선 때 함께 경쟁했던 후보들과의 통합의 모습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말로는 ‘원팀 선대위’를 표방하고 있지만, 홍준표 의원은 윤 후보와 거리 두기를 떠나 연일 윤 후보 비판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윤 후보 측은 “경선 후보들과의 만남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지만, 윤 후보가 얼마나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섰는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선대위 인선과 관련해 윤 후보 측근들이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이른바 ‘문고리 공방’도 불거졌다. ‘조국흑서’ 공동 저자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권경애 변호사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을 ‘문고리 3인방’으로 지목했다. 3인방으로 지목된 인사들은 이런 의구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이날 초선 의원 총회에서 “벌써 언론에 ‘문고리’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있을 수 없는 얘기다.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만의 정책 비전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치 경험이 많지 않은 윤 후보는 비전을 제시해 당내 여러 세력을 하나로 묶어내야 하는데 후보로 선출된 지 3주가 지났지만 눈에 띄는 정책이나 비전을 내놓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했다. 윤 후보가 후보로 선출된 후에도 경선 때 발표했던 공약과 차별화된 ‘킬러 콘텐츠’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후보의 리더십 문제를 두고 진단이 엇갈린다. 정치 신인이기 때문에 당장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후보 선출 이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 밖으로 벌어지면서 ‘컨벤션 효과’에 대한 착시 효과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함께 제기됐다. 야권 관계자는 “일부 인사는 벌써 윤 후보에게 직언하기 힘들다는 말을 할 정도로 경직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동안 침묵했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선 때 윤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중진 김태호 의원은 “윤 후보가 리더십을 발휘할 때”라고 했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씨는 “이런 사태의 중심엔 윤 후보의 리더십 부재가 있다”며 “윤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그건 사실과 다르다’는 식의 책임 회피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선거를 책임지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원 팀을 꾸리려면 윤 후보가 측근 중심에서 벗어나 여러 목소리를 경청하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