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인사차 잠시 방문한 후 식당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내분이 격화되는 가운데 ‘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의 줄인 말인 ‘윤핵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익명의 ‘윤 후보 측 핵심 정무 관계자’가 특정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난하거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배제하려는 발언을 연일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 측이 의도를 갖고 관련 기사를 흘리면서 당내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통상 이런 경우 대선 후보가 직접 나서 관련 보도를 부인하는데, 윤 후보는 이 문제와 관련해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일 “윤석열 대선 후보 핵심 관계자발로 언급되는 여러 가지 저에 대한 모욕적 발언들이 지금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윤핵관’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윤핵관’은 최근 이 대표가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공동 선대위원장 영입을 반대한 데 대해서도 “이 대표는 이대남(20대 남성)의 관심 대상일지는 모르나 이대녀(20대 여성)들에게는 혐오 대상”이라며 “윤 후보는 이대남도 이대녀도 모두 중요하고 존중한다”고 했다.

‘윤핵관’은 지난달 18일 김종인 전 위원장의 총괄 선대위원장 합류 여부를 두고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신경전이 벌어질 때 처음 등장했다. 이때 보도된 두 건의 기사에는 “선대위는 김 전 위원장 없이 갈 수도 있다” “김 전 위원장에게 충분히 예우를 해줬다” “총괄 선대위원장 후보군을 3~4배수 준비했다”는 ‘윤핵관’의 발언이 포함됐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선대위에서 집중된 권한을 요구하던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에게 총괄 선대위원장을 맡기지 않을 수도 있다고 압박을 주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달 25일에는 “김 전 위원장이 오늘 조건 없는 합류 선언이 없으면 끝”이라는 ‘윤핵관’을 인용한 기사가 나왔고, 제목에 ‘최후통첩’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주접을 떤다”고 반응했다.

기사에 익명으로 등장하는 ‘윤핵관’의 정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의 측근인 장제원 의원, 장성민 전 의원과 김병준 상임 선대위원장 측근인 한오섭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이 지목됐다. 하지만 이들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선 과정에서 윤 후보를 지지하거나 도왔던 중견 정치인 몇 명도 ‘윤핵관’으로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윤핵관’의 발언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갈등이 커진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종인 전 위원장에 반대하는 일부 윤 후보 주변 인사들이 구태스러운 방식을 통해 권력 다툼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