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는 3일 저녁 울산 울주군에 있는 한 불고기 집에서 만나 식사를 하면서 선대위 인선과 캠페인 방향을 둘러싼 이견을 두고 담판을 벌였다. 전날 제주를 찾았던 이 대표가 이날 울산으로 넘어오자 이 지역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마련한 자리였다. 두 시간 동안 이어진 식사 후 윤 후보와 이 대표 측 대변인은 “대선에 관한 중요 사항에 대해 후보자·당대표·원내대표가 모든 사항을 공유하며 직접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특히 젊은 세대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과 정책 행보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후보자의 ‘당무우선권’ 해석에 관해서는 후보자는 선거에 있어서 필요한 사무에 관해 당대표에 요청하고, 당대표는 후보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따르는 것으로 의견을 같이했다”며 “이 외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후보자·당대표·원내대표는 국민의 정권 교체 열망을 받들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일체가 되어 가기로 했다”고 했다. 두 대변인 발표 후 윤 후보와 이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지금 막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께서 총괄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이 주장해온 선대위 인선 쇄신과 캠페인 전략 수정 요구를 윤 후보가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에선 “오는 6일 선대위 공식 출범을 앞두고 대선 후보와 당대표가 갈등하는 모습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자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대위는 “윤 후보와 이 대표가 4일 부산에서 합동 유세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 본지 인터뷰에서 선대위 인선과 선거 캠페인 전략 수립 과정에서 자신이 배제됐고 윤 후보 측 인사들이 2030세대 지지 확보와 중도 확장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윤 후보가 젊은 층 지지 확보에 노력하고 당무에서도 이 대표 권한을 상당 부분 인정하기로 하면서 타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날 만찬에는 두 사람과 김기현 원내대표 외에도 김도읍 정책위의장, 서범수 당대표 비서실장,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 등도 배석했다. 이후 윤 후보와 이 대표, 김 원내대표 셋만 남고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후 이들 테이블엔 맥주 5병이 들어갔다.
만찬 시작 때만 해도 윤 후보와 이 대표는 ‘뼈 있는’ 말을 주고받으며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윤 후보는 식당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던 이 대표와 웃는 얼굴로 악수했다. 윤 후보가 “아이고, 잘 쉬셨습니까”라고 하자 이 대표는 “쉬긴요, 고생했어요”라고 했다.
윤 후보는 앞서 이날 오전 당사에서 회의를 마친 뒤 이 대표를 향해 “굉장히 만나고 싶다”면서 “우리 정당사에 최연소 정당 대표고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젊은 당대표와 대선 후보로서 대장정을 함께 간다는 것 자체가 나는 굉장히 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다음은 이날 회동 후 윤 후보와 이 대표가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
-두 사람 간에 후보 핵심 관계자(이른바 ‘윤핵관’) 발언 문제가 논의됐나.
이준석 대표(이하 이)= “입당 전부터 후보와 저는 상호 합의가 있어서 절대 다른 사람 평가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있었다. 단 한 번도 서로 존중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이견이 없었다는 점을 밝힌다. 후보와 제 관계에 대해 여러 말을 했던 사람들이 부끄러워했으면 한다.”
-이수정 교수 영입과 관련해 이견이 있었는데.
이= “저는 후보 의견 존중했다. 다만 제가 반대 의견 냈다는 것만 알려 달라고 했다. 후보도 그런 의사 반영해서 인사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히 이견이라고 할 수 없다. 당연히 후보의 인선 일체를 존중해왔기 때문에 이견은 하나도 없었다.”
-이수정 교수 영입으로 이 대표가 쌓아온 어젠다가 무너지는 것 아닌가.
이= “이수정 교수는 이미 후보께서 역할 맡기셨기 때문에 그에 대해 제가 철회나 조정을 요청할 생각 전혀 없다. 다만 지금까지 당이 선거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했던 여러 행보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의견이 조정돼야 한다.”
-김종인 전 위원장 합류 전후 과정을 설명해 달라.
윤석열 후보(이하 윤)= “자세하게는 말씀드릴 수 없다. 중요한 건 빨리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해나가면서 차차 말씀드리겠다.”
이= “지금까지 꾸준한 여러 사람 노력 있었다.”
-선대위 주요 직책 맡은 분들이 다 판검사 출신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 “프로그래머 출신도 있는데….”
윤= “선대위 인원이 많다. 여당에서 (그런 얘기를) 만들어서 돌린 모양인데 (판검사) 아닌 분들이 굉장히 많다.”
-선거 전략상 이견 보이는 거 같았는데 합의 봤나.
윤= “원래 이견 없는 게 저는 선거 전략에서 이 대표가 저에게 말하면 전폭 수용하기 때문에 이견 있을 수 없다.”
-이 대표가 계속 ‘윤핵관’ 언급하면서 인선 요구한 부분도 있다.
이= “윤핵관 지적한 건 엄중 경고하기 위한 거였다. 핵관이 개별적 행동으로 당에 위해 가하는 건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후보가 입당하기 전부터 저와 신뢰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절대 둘 간의 이견은 없었다. 언론인들도 지난 경선 과정에서도 소위 핵관의 평가 들었겠지만 저는 그것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당무에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가 홍보비를 빼먹으려 한다’고 말했다는 핵관의 얘기도 있었다.
이= “그건 제주도에서 제가 밝혔듯이 후보께서 말하지 않은 거에 대해서 (핵관이) 후보 의사 참칭해서 한 거라면 굉장히 중차대한 잘못이라고 본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엄중 경고한 것으로 하겠다.”
-김종인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 맡게 되면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역할에 조정이 있나.
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께서 잘 선대위를 이끌어가실 거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도와드리고 잘 지원해드릴 것이다. 그리고 김병준 위원장도 김종인 위원장께서 선대위 잘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 다해서 할 거라고 믿는다.”
-이 대표는 당무에 언제 복귀하나.
이= “저는 당무 내려놓은 적 없다. 저는 홍보 미디어 직책 한다고 했고 즉각 후보가 오케이 사인했다. 선거에 있어서 당대표가 말 그대로 자리만 잡고 있을게 아니라 최전선으로 뛰어나가겠다는 것이다. 후보 당선 바라는 모든 당원 당직자는 각자 재능에 맞춰서 최대한 역할 할 수 있도록 자원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당대표로서 말할 게 있다면 각자 역할에 맞게 최대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