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윤석열 -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아내 김건희씨의 경력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허리를 숙이고 있다. 윤 후보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자체만으로 제가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덕훈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17일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후보전략자문위원들을 만나 ‘바닥 민심’과 ‘쓴소리’를 들었다. 후보전략자문위에는 윤 후보가 대선 경선 때 경쟁한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가까운 전·현직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자문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최근 윤 후보 지지율 하락세와 비대해진 선대위 조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고, 윤 후보는 선거 캠페인에 변화를 주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당대표도 이날 윤 후보 지지율 하락세와 관련해 “환장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후보전략자문위원들과 비공개로 점심을 함께했다.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지지율 격차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크게 뒤지는 최악의 상황을 감안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현역 의원들이 선대위에 모여 있기보다 지역으로 내려가 코로나로 위기를 맞은 민생을 챙겨야 한다는 뜻도 전했다”고 했다. 다른 참석자는 “윤 후보 아내 김건희씨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후보나 김씨 발언 등 메시지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김씨 관련 네거티브 공방이 윤 후보 지지율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선대위 후보전략자문위원들과 점심을 함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에 윤 후보는 김씨와 만나 결혼하게 된 과정 등 가정사를 이야기하면서 아내 관련 의혹을 해명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윤 후보 발언에서 아내에 대한 의혹 제기가 과도하다는 억울함이 묻어났다”고 전했다. 다만 윤 후보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처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오찬에는 후보전략자문위원장을 맡은 윤재옥 의원과 엄태영·윤두현·최형두 의원, 정유섭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홍준표 의원과 가까운 배현진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측근인 유의동 의원은 다른 일정으로 불참했다.

국민의힘에선 김건희씨 관련 논란을 계기로 윤 후보의 캠페인 기조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윤 후보가 지난 6일 출범시킨 선대위 조직과 활동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 후보가 ‘통합’을 내걸면서 선대위에 200명이 넘는 인사가 합류했지만,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정작 일하는 사람은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김건희씨 ‘허위 이력’ 의혹은 오래전에 제기된 리스크인데, 문제가 불거진 뒤에도 선대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면서 “선대위에 수많은 인력이 포진해 있지만, 대책을 마련한 사람은 결과적으로 아무도 없었던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선거 캠페인을 뛰려는 것보다 선거 후 논공행상을 염두에 둔 위인설관(爲人設官)식 인선도 적잖아 보인다”고 했다.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이 이와 같은 상황을 우려해 ‘별동대’ 격인 총괄상황본부를 만들었지만, 이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후보가 선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게 중요한데 김 위원장에게 생각만큼 힘이 실리지 않는 것 같다는 말들이 나온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 집권 후 계획으로 내놓은 자영업자 손실 보상 기금 규모를 50조원으로 할지 100조원으로 할지를 두고 윤 후보와 김 위원장 간에 이견이 불거졌던 것도 후보 비서실과 총괄상황본부 간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영식 의원 주최로 열린 '다시 쓰는 K-탄소중립'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와 관련해 이준석 당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나와 윤 후보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 대표는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뒤지는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아마 우리 쪽 악재가 하루 이틀 먼저 나왔기 때문에 (여론조사에) 먼저 반영된 것이고 이 후보 가족 문제도 꽤 심각한 사안들이 제기돼서 (곧) 반영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이건 정치평론가적인 얘기고 당대표로서는 지금 환장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지난달 5일 후보로 선출된 후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를 앞섰지만, 최근에는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고 이 후보가 앞선 결과도 일부 나오고 있다.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35%, 이 후보는 36%로 나타났고, 전날 발표된 넥스트리서치·SBS 조사에서도 윤 후보 33.3%, 이 후보 35.4%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