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예(31)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20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에 합류했다. 신씨는 2018년 전국 동시 지방선거 때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었다. 당시 ‘최초의 페미니스트 후보’를 구호로 내걸고 출마한 신씨는 이후 한국 사회 일각의 여성 혐오와 성차별 해소를 주장해왔다. 신씨를 새시대준비위 수석 부위원장에 임명한 윤 후보는 중도를 넘어 진보로 외연 확장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신씨는 급진 페미니스트”라며 국민의힘이 성별 갈등에 휘말릴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 사무실에서 신씨 영입 환영식을 열었다. 윤 후보는 “서로 생각이 조금씩만 다르면 극한 투쟁을 벌이는 식으로는 국민이 외면하게 된다”며 “새로운 영입 인사들을 통해 국민 지지 기반을 더 넓히고, 철학과 진영을 좀 더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어 “기존 국민의힘과 생각이 다른 분이 와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거 아니냐는 말도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토론하고 결론이 도출돼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당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신씨 합류가 국민의힘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란 취지다.
신씨는 “윤 후보가 여성 폭력을 해결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좌우를 넘어서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해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정책으로 청년의 미래를 빼앗고, 조국의 ‘아빠 찬스’ 사태로 청년들이 최소한 살 수 있는 권리를 강탈했으며, 박원순·안희정·오거돈에 이르는 성 착취로 여성 청년들의 삶을 짓밟았다”고 했다.
그러나 신씨의 합류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선 “기존 지지층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이견도 나왔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꿈’에서 신씨 영입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글에 “잡탕밥도 찾는 사람이 있다”고 답했다. 신씨가 국민의힘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지금 페미니즘은 국민적 공감대를 완전히 잃어버린 반(反)성평등주의 사상으로 변질됐다”며 “젠더 갈등 고조시키는 페미니스트 신지예 영입을 반대한다”고 했다.
신씨는 과거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와 시사 프로그램에서 젠더 이슈를 두고 여러 차례 논쟁을 벌였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와 신씨가 젠더 관련 공약을 두고 갈등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이날 “신씨가 과거 발언과 비슷한 궤를 유지한다면 그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본다”며 “다만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다면 들어보고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씨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여성을 살해한 사람에 대해 ‘심신미약’이라고 변호했던 후보, 권력형 성범죄와 2차 가해로 끊임없이 피해자를 공격하는 민주당의 후보”라며 “그들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 아내 김건희씨의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서는 “잘못이 있다면 반성하고 법적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는 게 맞는다”고 했다. 신씨는 “제3지대 꿈을 버리지 않았다”며 당장 국민의힘에 입당할 생각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은 “신씨가 역할을 할 공간이 넓고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대남(20대 남성)’은 비교적 윤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이 많은 편이지만, 젊은 여성 층은 아직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 못 한 분들이 제일 많은 지점”이라고 했다. 이 대표와 신씨의 갈등 가능성에 대해서는 “며칠 전 이 대표에게 신씨 영입 가능성을 얘기했을 때 서로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며 “밖에서 보는 시각은 기우일 가능성이 크다.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되면 됐지,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