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제작한 2022년 달력에 북한 조선인민군 창건일과 김정일 생일(광명성절) 등이 붉은색으로 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어느 나라 정부냐”면서 달력을 전량 회수하고 통일부 장관은 사과하라고 했다. 통일부는 “내부 직원 업무 참고용”이라고 했다.
통일부가 만든 내년 탁상 달력 2월 부분을 보면 화요일인 8일과 수요일인 16일에 각각 빨간 글씨로 ‘북(北), 조선인민군 창건일(48)’ ‘북, 김정일 생일(42)’이라고 적혀 있다. 2월 1일에 적힌 ‘설날’과 같은 붉은색이다. 괄호 안 숫자는 인민군이 창건된 1948년과 김정일이 태어난 1942년을 뜻한다. 그 밖에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발표(16)’ ‘북, 핵무기 보유 선언(05)’, 12일 ‘북 3차 핵실험(13)’, 19일 ‘남북 기본합의서 발효(92),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발효(92)’ 등은 검은 글씨로 표기돼 있다.
김일성 생일도 4월 15일 달력에 빨간색으로 적혀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생일도 1월 8일에 ‘북, 김정은 위원장 생일(84)’로 표기돼 있는데, 김일성·김정일과 달리 검은색 글씨로 적혀 있다. 9월 9일 ‘북, 정권수립일(48)’도 붉은색으로 표기됐다.
반면 국내 주요 보훈 기념일은 검은색으로 표시됐다. 3월 26일 ‘천안함 폭침(10)’, 6월 15일 ‘제1차 연평해전(99)’, 6월 25일 ‘6·25 전쟁일’, 6월 29일 ‘제2차 연평해전(02)’, 11월 10일 ‘대청해전(09)’, 11월 23일 ‘연평도 포격(10)’ 등이다. 통일부 2022년 달력 표지에는 ‘2022 평화를 쓰다, 통일을 그리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황규환 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퍼주기도 모자라, 이제는 기념일까지 챙겨주자는 말이냐”며 “북한 기념일을 챙기는 통일부를 보며 ‘대체 어느 나라 정부냐’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라고 했다. 황 대변인은 이어 “통일부의 황당한 달력 배포는 이 정권이 4년간 그렇게나 당하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증거”라며 “정부가 남북 관계에서 미몽(迷夢)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달력 전량 회수는 물론이거니와 관련자 문책, 나아가 이인영 통일부 장관 사과를 촉구한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통일부 대변인실은 “통일부 달력은 대(對)국민용이 아니라 통일부 직원 업무 지원을 위해 내부 참고용으로 제작한 것”이라며 “달력에 표시된 일정들은 남북 관계 업무에 참고해야 할 주요 일정을 기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가 달력을 일부 국회 관계자에게 보낸 데 대해서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보좌관 등에 한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배포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