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새해 들어 정책 공약을 직접 발표하고 메시지 기조에도 변화를 가하기로 했다. 각종 신년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지지율 역전을 허용하자 선거 캠페인 전략 수정에 나선 것이다. 윤 후보가 ‘킬러 콘텐츠’라 부를 만한 정책 공약을 직접 발표하고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 등 보수 혁신 이미지를 보여줄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내 중도층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1일 선대위 신년인사회에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인간만이 세상의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저부터 바꾸겠다”고 했다.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2일 윤 후보 주요 메시지와 연설문을 앞으로 직접 관리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새해 첫날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선거 캠페인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대부분 조사에서 윤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하고 일부 조사에선 오차 범위 밖에서 이 후보에게 뒤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여론조사 결과는 윤 후보가 먹고사는 민생 현안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데 부족했고 일부 강성 발언으로 중도층 이탈을 불러왔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정책 대안 능력을 보여주고 정제된 메시지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했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유권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공약도 속속 내놓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 공약을 발표한 데 이어 조만간 부동산 대책과 돌봄 지원 등 이른바 ‘생활 밀착형’ 공약을 직접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는 정책 전문가가 공약을 발표하는 걸 선호했지만 국정 운영 역량을 보여주자는 차원에서 주요 공약은 직접 발표하기로 했다”고 했다. 김용태 선대위 정책기획본부장은 통화에서 “윤 후보가 대선 전까지 총 25차례 정도 공약을 발표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윤 후보 메시지 기조에도 변화를 주기로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는 그동안 ‘정권 심판론’ 등 전통적 야권 지지층에 맞춘 메시지를 강조해왔지만 선거 승리를 위해선 ‘산토끼’를 향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며 “새로운 메시지는 ‘보수 혁신’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회·경제적 약자와 동행하는 ‘따뜻한 보수’ 메시지를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임대차 3법 논란 때 윤희숙 전 의원의 ‘저는 임차인입니다’ 연설이 감동을 줬던 이유는 보수 정치인이 임차인 입장에서 말한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며 “윤 후보도 코로나로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가 발표할 주요 메시지나 연설문은 김종인 위원장이 직접 챙기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후보가 그간 연설하고 메시지를 내도 큰 반응을 일으키지 못한 점을 시정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실제 국민의힘에선 윤 후보가 최근 국민 정서와 거리가 있는 언행을 해 지지율 하락을 자초했다는 시각이 적잖다. 윤 후보가 지난달 23일 호남을 방문해 국민의힘 입당을 두고 “부득이한 결정”이라고 한 것은 야권 지지층을, 지난달 29일 대구·경북을 찾았을 때 이재명 후보를 향해 “같잖다”고 표현한 것은 중도층 유권자의 거부감을 불렀다는 것이다.
윤 후보 주변에선 후보로 선출된 지 두 달이 되도록 당내 경쟁자들과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도 빨리 해소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가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삼고초려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상임 선대위원장 사퇴를 선언하고 선대위 업무에서 손을 뗀 이준석 당대표와의 불화도 윤 후보가 풀어야 할 숙제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게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될지 구체적인 데이터와 근거를 갖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에선 “후보가 당대표와 대립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윤 후보가 빨리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