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대치 끝에 전격 화해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대선 승리를 위해 다시 힘을 합치기로 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이날 밤 의원총회에 참석해 이같이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1일 윤 후보 측과 갈등을 빚다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직에서 사퇴하고 선거운동에서 손을 뗐다. 그러나 윤 후보가 전날 선대위를 해체하고 선거 대책 기구를 개편한 다음 날 두 사람은 ‘원팀’을 선언하며 갈등을 풀었다. 윤 후보는 이날 의총 후 이 대표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경기 평택 물류센터 신축 현장 화재 진압 중 순직한 소방관 빈소를 찾았다. 차량엔 김기현 원내대표와 권영세 선대본부장도 동승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이날 8시간 동안 진행된 마라톤 의원총회가 끝난 뒤 대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치겠다고 의원들 앞에서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의총을 열고 이 대표에게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방안까지 상정하고 두 사람의 화합을 요구했다. 윤 후보는 의총 후 “이 대표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국민에게 수행해야 할 명령을 받들어서 저희가 분골쇄신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모든 게 제 탓”이라며 “선거 승리를 위해 서로 오해했는지는 다 잊어버리자”고 했다. 이 대표는 “내가 유일하게 두려운 것은 대선에서 이기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제 윤 후보와 신뢰를 구축해 선거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유일한 야권 후보”라며 “(그간) 실망스러운 모습 보여 드린 것 사과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오른쪽) 대통령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합의하고 포옹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선거 캠페인 방식 등을 두고 2주 넘게 갈등을 벌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문제를 놓고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표 사퇴를 압박했다. 그러나 밤늦게까지 이 대표 거취 문제를 두고 진통을 겪다 막판에 이 대표와 윤 후보가 차례로 참석하면서 화합의 자리가 마련됐다.

6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2주 넘게 이어온 갈등을 접고 다시 ‘원팀’을 선언한 것은 이대로 가다간 대선 승리가 어려워진다는 위기 인식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이날 밤 ‘원팀’ 선언 이후 이 대표가 모는 전기차를 타고 윤 후보, 김기현 원내대표, 권영세 선대본부장이 평택 화재 참사로 희생된 소방관 조문을 간 것은 당내 갈등 화합의 상징적 장면이었다.

윤 후보는 이날 밤 이 대표 사퇴 결의안을 두고 난상토론이 벌어진 의원총회장을 찾았다. 이 대표가 의원들 앞에서 “또 도망가면 당대표를 사퇴하겠다”며 더는 선거운동에서 이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직후였다. 윤 후보는 발언대로 나와 “이 대표를 여러분이, 국민이 뽑았다”며 “저와 대표와 여러분 모두 힘 합쳐서 3월 대선을 승리로 이끌자”고 했다. 윤 후보는 이어 “모든 게 다 후보인 제 탓”이라며 “대의를 위해 지나간 걸 다 털고, 오해했는지 아닌지도 다 잊자”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경기 평택의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숨진 소방관 3명의 빈소로 이동하기 위해 이 대표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이 대표 사퇴 결의안이 철회된 뒤 대선 승리를 위해 ‘원팀’이 되자며 서로 끌어 안았다. /이덕훈 기자

윤 후보와 이 대표는 발언을 마치고 의총장 옆 별실로 자리를 옮겨 배석자 없이 몇 분 동안 대화를 나누고 다시 등장해 서로 포옹하며 갈등 봉합을 알렸다. 의원들은 ‘윤석열’을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단상에 오른 이 대표는 “오늘 후보님이 의총 직후에 평택에 가는 일정이 있는 거로 알고 있다. 제가 국민의힘 대표로서, 그리고 택시 운전면허증을 가진 사람으로서 후보를 손님으로 모셔도 되겠느냐”고 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자리에서 일어나 엄지를 추켜세우며 화답했고 의원들은 환호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이렇게 쉬운 걸 말입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임명 문제로 충돌했던 이철규 신임 전략기획부총장에게 “당사에 야전 침대를 놔달라”면서 “당대표가 아닌 당원으로서 당사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솔선수범 자세로 선거를 뛰겠다”고 했다. 그러자 의원들은 이 대표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이 대표에 이어 연단에 선 윤 후보는 “오로지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 그 승리를 통해 당이 재건되고 나라가 정상화되고 국민에게 행복한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수권 정당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다 함께 뛰자”고 했다. 윤 후보는 이 대표, 의원들과 “다시 시작” “초심으로” “국민만 바라보고 원팀으로”라고 구호를 외치면서 의총을 마쳤다.

선대본부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사 6층에 이 대표 침대가 놓이면 후보는 5층에 있기 때문에 수시로 대화를 하게 되고 누가 ‘패싱’할 것도 없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윤 후보가 김종인 전 총괄 선대위원장을 찾아가 만날 것이라면서 “조언을 구하고 마음을 풀어 드릴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갈등 봉합 전까지 국민의힘은 종일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윤 후보는 전날 선대위 해체라는 강수를 뒀지만, 선대위 인적 쇄신과 선거 캠페인 방식을 둘러싼 이 대표와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소집해 이 대표 사퇴 결의 논의에 들어갔다.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를 겨냥해 “사이코패스” “지질이 대표” “청년 꼰대” 같은 원색적 비난도 했다. 의원총회에 이 대표도 오후 5시 30분쯤 참석해 자신의 입장을 공개 발언을 통해 밝힌 뒤 비공개로 의원들과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 대표는 공개 발언에서 “젊은 세대가 다시 우리 당을 지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당이 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후보가 다시 한번 국민의 절대적 사랑을 받고 지금보다 넓은 지지층을 구축하기 위해 파격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선대위 쇄신을 주장하며 상임 선대위원장을 사퇴한 것은 젊은 세대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였다는 취지였다.

의총에 앞서 열린 당 최고위원 회의에선 윤 후보와 이 대표가 당무우선권을 두고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선 권영세 신임 사무총장,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 임명안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회의 초반 이 대표가 “안건 상정 권한은 당대표에게 있다”며 임명안 상정을 거부했다. 윤 후보는 이 대표를 향해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드렸으니 이제 그냥 임명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맞서다 먼저 회의장을 나갔다. 그러자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를 이대로 내버려둬선 안 된다”는 의견이 비등했고, 결국 이 대표가 대선 캠페인에 적극 협조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봉합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와 이 대표 갈등 봉합 과정에서 홍준표 의원이 직간접으로 두 사람을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