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벌어진 ‘한복 논란’에 대해 “중국 측에서는 조선족이 소수 민족 중 하나라고 한 건데, 양국 관계에 오해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한 황 장관은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중국 내 56개 민족 대표 가운데 한 명으로 출연한 것을 직접 봤다.
황희 장관은 5일 중국 베이징 시내 메인 미디어센터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소수 민족이라고 할 때는 그 민족이 하나의 국가로 성장하지 못한 경우를 주로 말한다”며 “한국은 (중국) 바로 옆에 세계 10위권 큰 나라로 존재하고 있는데 양국 간 좋은 관계에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복 논란이 거세지면서 정치권에선 여야 모두 ‘문화 침탈’이라며 정부가 중국 측에 공식 항의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황 장관은 외교적으로 항의할 계획을 묻는 말에는 “(공식적인 항의 등) 그럴 필요까지는 현재 생각 안 하고 있다”며 “다만 양국에 오해 소지가 있는 부분은 중국 체육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서 국내 여론 등을 언급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황 장관은 “사실 역지사지로 보자면 우리나라에도 화교분들이 살고, 미국도 여러 민족이 모여 세운 나라”라며 “그 안에서 이것은 한국 문화, 또 저것은 어디 문화라고 얘기해주는 것이 문화 다양성 측면에서 더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황 장관은 “(오히려) 우리가 한국 문화에 대해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일이 많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세계사적으로 봐도 물리력 없이 소프트파워로 문화를 평정한 유일한 경우 아니냐”며 “중국에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도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한다. 우리 문화가 확산하는 과정으로 보고 자신감, 당당함을 가질 필요가 있고 다만 올바로 잡을 부분은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날 오전 중국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도 ‘한국 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는 상황에서 한 나라로 성장하지 못한 민족을 주로 가리키는 소수 민족으로 조선족을 과감하게 표현한 것은 양국 간 오해 소지가 있고,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황 장관은 입고 온 한복에 대해선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오랫동안 한복 논란이 있어서, 주무장관으로서 전통 의상을 입고 앉아 있는 게 마땅한 자세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개회식에 대해선 “방역도 상당히 잘 관리하고 있고 내용도 콤팩트하며 깔끔한, 수준 있는 프로그램이었다”며 “(한복 논란)그게 딱 흠이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