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이 중국 소수민족 의상으로 소개돼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정부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정부가 중국에 공식 항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복을 자국 문화 유산이라 주장하는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논란이 정치권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복은 지난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사회 각계 대표, 56개 민족 대표 등이 참여해 중국 국기를 전달하는 ‘소시민들의 국기 전달’이라는 퍼포먼스를 펼칠 때 카메라에 포착됐다. 한복으로 보이는 분홍색 치마, 흰색 저고리를 입고 긴 머리를 하나로 땋아 댕기로 장식한 여성이 오성홍기를 전달했다. 중국은 지난해 베이징동계올림픽 홍보 영상에서도 한복과 상모돌리기를 등장시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영상은 이번 동계올림픽 개막식에도 또다시 등장했다.
정치권에선 일제히 비판에 가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문화를 탐하지 말라. 문화공정 반대”라는 글을 올렸다. r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한복 논란에 대해 “고구려와 발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역사다. 남의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은 “한복, 장구에 상모돌리기까지?”라며 “풍물놀이는 2014년에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나라 전통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 축하행사라 해도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행태”라며 “중국의 문화침탈에 국가적으로 비상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규환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논평에서 " 우리 정부의 저자세가 불러온 중국의 노골적인 ‘문화공정’. 단호한 대응을 촉구한다”며 “정부는 분명한 항의표시는 물론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개회식에 참석한 박병석 국회의장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겨냥해 비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지난해 국감에서 미리 경고했고 분명 장관이 유의하겠다 했다”며 “국회의장, 문체부 장관 직관하시지 않았나. 최소한의 국민의 자존심, 배알을 빼놓을 정도로 신나게 넋 놓는 개막식이었나”라고 비꼬았다. 실제로 황희 문체부 장관이 직접 한복을 입고 개회식 현장에 앉아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황 장관은 붉은색의 한복 외투인 두루마기를 입고 우리나라 국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쓴 채 관중석에 앉아있었다.
여당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항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걸핏하면 불거지는 중국의 동북공정, 문화공정은 매번 해소, 해결되지 못하고 지금까지 쌓여 와 우리 2030 청년들이 강한 반중정서를 갖게 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그대로 방치해서 우리 국민의 반중정서가 날로 강해진다면 앞으로 중국과의 외교를 펼쳐 나갈 때에도 커다란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실리외교를 위해서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중국 정부에 항의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